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무심코 지나치는 15초의 세계

단 15초에 불과한 짧은 시간 내에 수용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끌기 위해 광고는 기발하고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동원해 수용자들을 공략한다. 이렇게 관심을 유도한 후 그들로부터 원하는 효과를 이끌어내는 과정의 성공, 실패 여부는 광고의 생명과도 바로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수용자들이 그 생산품 혹은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해도 걱정할 것 없다. 15초 동안의 마법을 통해 불필요한 것을 필요하게끔 인식하도록 만들며, 사용가치와 효용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 바로 광고이기 때문이다.

이제 광고는 인쇄매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 방송 등의 전파매체와 인터넷 등의 새롭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용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그만큼 광고의 영향력과 중요성이 증대됨과 동시에 그 기능 또한 다방면에 걸쳐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백선기(신방) 교수는 “예전에는 제한된 수용자를 향한 상품제시 및 소개에 불과했던 광고가 근래에는 상품 및 수용대상을 드러내지 않는 ‘호명하기’와 ‘부재효과’로 소비자층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렇게 광고의 틀을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소비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광고 속 숨은 그림 찾기

TV와 신문이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에서나 흔히 접할 수 있는 수많은 광고들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까.

광고란 상품을 미화하고 예찬하며 수용자의 귓가에 속삭이며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광고 속 의미를 일상적으로 접하면서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수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밥을 씹지 않고 그냥 삼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광고제작진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상황에 따라 광고는 사회 내 부적절한 의미구성에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광고 속에 숨겨진 여러 가지 기호들의 의미를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광고에 사용되는 기호들 중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시대상을 상징하는 기호적 표현과 이면의 상대적 가치표현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조화시킨다는 광고기호학. 이러한 시각에서 접근해본다면 평소에 그냥 지나치던 것들도 다시금 새롭게 재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제품 자체의 선전보다는 이미지를 앞세운 포스트모던적 브랜드이미지 광고인 Made in 20 TTL. 제품을 구입할 여건을 갖춘 20대를 대상으로 한 이 광고에 의해 10대, 혹은 3∼40대, 경제적으로 여건이 충족되지 못하는 자는 소외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면만을 주시한다면 이로 인해 사회에서 이탈하는 면들을 간과해버릴 우려가 있다.

이러한 기호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깊은 곳에 내재되어있는 잠재의식들을 꺼내어 이용하기도 한다.  한 예인‘아침햇살’광고에는 여자 탤런트와 일곱 명의 어린이가 등장한다. 광고제작사 관계자의 말을 따르면 이 광고에 담긴 기호는 바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일반화되어있는 이 동화를 하나의 기호로 채택해 동화속 주인공과 동일시되고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공략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그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며 인식하려 애를 쓰지도 않는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광고의 또 다른 모습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동전과도 같이 양면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자연히 광고기호 또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 폐해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기호들을 수용함에 있어 받아들여도 무방한 것이 있는 반면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이 있는데 한 예로 백선기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It’s only’라는 컨셉을 내세우는 다국적 광고인 코카콜라 광고는 각 나라마다 등장하는 배우와 세부적인 분위기만 다를 뿐 기본적인 타이틀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마치 한국광고처럼 보이는 효과로 인해 일반인들은 상품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끼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OK 캐쉬백 광고는 또 어떤가. 언제나 선명한 붉은 색의 원피스를 입은 그녀들은 양팔 가득 선물상자와 쇼핑백을 들고 상가를 활보하며 수용자들을 향해 끊임없이 소비를 부추긴다. 우리는 이러한 광고들을 수용할 때 변별력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받아들여야 한다. 알고 속는 것과 모르고 속는 것이 엄연히 다르듯, 광고 속 곳곳에 포진된 채 우리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입되는 갖가지 기호들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 상태에서 접하는 것은 분명 무비판적인 수용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안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