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 문학평론가 이명원 씨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애정이 없으면 비평하지 못한다'며 좋은 작품과 작가들에게 제 몫을 찾아주자고 외치는 문학평론가 이명원 씨 . 지난해 김윤식교수 표절파문으로 시립대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이번 학기 본교 국문학 박사과정에 편입한 그를 지난 1일 노원구 창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워낙 날카로운 그의 글 때문에 사람 또한 그러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는 '그런 말을 많이 들어왔지만, 글과 사람이 반드시 일치하는 건 아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기자의 선입견을 잠재워주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편안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 본인이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비평은 무엇인지 
­작품 속에는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는데 이에 대한 단순한 해석 또는 의미부여는 진정한 비평이 아니다. 빛과 그림자, 즉 작품의 가능성과 결여점에 대한 각각의 충고가 비평의 일차적 기능이다. 좋은 비평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절반의 찬사와 절반의 비난’이다. 소수적 시각을 고려할 때 하나의 비평이 모든 사람을 설득시킬 수 없으며 설득시키길 원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 문학비평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문학비평은 문학계 내부만의 행위는 아니므로 현실에 대한 비판적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다시 말해 비평은 미적 실천인 동시에 사회적 실천이다. 현재 소홀히 여겨지고 있는 부분은 후자인데 이는 전자만을 강조하다보니 현실문제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탓이다.

■ 작품들의 수준이 비평가들에 의해 과잉 포장된 이유는 
­이는 일종의 미학적 사기라고 본다. 90년대 이후 문학이 상업주의와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출판도 일종의 사업인만큼 상업주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평론의 객관성이 침식되며 결국 독자들의 신뢰를 잃고 마는 것이다.  

■ 평론계 내부의 자성의 목소리는 없는가
­대부분의 평론가들도 이를 인식하고있으나 문제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학계의 구조적인 모순과 유착관계로 인해 평론가들의 자율성이 침해당하고 있다.

■ ‘주례사비평’을 두고 근원적 문제점을 짚어내지 못하고 그칠 수도 있을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냉소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개혁적 목소리가 존재할 수 없다. 이러한 작업의 시도자체에 의의가 있는 것이며 책이 출간된 후 그같은 의견은 불식될 것이다.

■ ‘주례사비평’ 작가진이 또 다른 문단권력집단을 형성하고있다는 비판에 대한 입장은
­‘권력비판을 하고있는 사람도 결국 권력과정에 참여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나는 권력유무에 대한 것이 아니라 권력행사의 합리성과 정당성에 대한 논의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권력균형이 이뤄져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투명한 제도가 정립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이에 대한 선택과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 문단과 그를 둘러싼 집단적 권력관계 등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만 언급되고 있는데 앞으로의 전망은 
­현재 문단은 변하고 있다. 최근의 문학권력 논쟁을 보면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이념의 문제에 치중했기 때문에 문학에 대한 논쟁은 사소한 것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작가들 스스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논쟁은 건강회복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젊은 작가들로 수혈되고 성실한 비평이 이뤄진다면 앞으로의 문단계에 대한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신입생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독서법이 있다면
­특히 지금의 신입생들은 학부제로 입학하기 때문에 적어도 전공으로부터 자유로운 1년동안 폭넓은 책읽기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면 문학을 바라보는 눈이 생길 뿐만 아니라 독서에의 욕구도 한층 깊어진다. 가능하다면 서로 대립적인 시각을 표현하는 책들을 읽음으로써 편협하지 않고 포괄적인 사고방식을 기르는 것도 좋다. 이렇게 여러 방면에 걸친 책들을 읽다보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구분, 선택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문학적 감수성과 작품선별능력은 오랜 기간에 걸친 독서경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의식적으로 노력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그 노력은 결국 개인의 몫으로 환원된다.

안민영 기자 zenithamy@mail.s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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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례사비평'이란?
비평가적 양심보다 출판사, 학연 등 특정한 이해관계에 얽혀 마치 결혼식 주례를 하듯 한 작품과 작가에 대해 좋은 얘기만 해주는 비평행위(4월중 책으로 출간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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