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같은 시기에 다른 공간에서 펼쳐지는 일본의 문화행사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을까.

오이타현은 벳푸 지역의 유명 온천을 무료로 개방하는 등 관광 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한 이 곳 청정지역에 서식하는 반딧불을 경기장에 풀어, 축제 분위기를 살리는 동시에 관광객들에게 지방색을 각인시킬 수 있는 두 가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재일 동포가 많은 곳으로 알려진 오사카는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계속되는 현대미술교류전, 김치교류전 등 한일문화교류전이 인상적이다. 고베시는 지난 95년도 대지진의 충격을 딛고 ‘지진으로부터 부흥을 향해 날아간다’는 취지로 행사를 마련했다. 미소짓는 얼굴만을 찍기로 유명한 사진작가 미즈타니씨를 비롯한 몇몇 작가들이, 참가국 선수와 시민들의 웃는 얼굴을 찍어서 역과 버스터미널, 대로변 등지에 전시한다. 한편 다양한 국가출신으로 구성된 ‘고베 외국인 스포츠맨 클럽’과 전직 고위공무원으로 구성된 ‘OB 자원봉사단’등 자원봉사단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요코하마는 공동개최의 의의를 살려 한국과 관련된 행사를 풍성하게 계획하고 있다. 특히 창작 오페라 ‘춘향’은 한국적 선율과 춤이 배인 것으로 일본 음악가가 1948년에 작곡한 작품인데, 초연 이후 한일관계 악화로 묻혀졌다가 54년 만에 재연된다. 한편 ‘지구촌문화의 어우러짐’에 의미를 부여, 출전국 어린이가 참여하는 국제어린이벽화전과 국제가장행렬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중이다.

현재 일본은 경기 불안으로 인해 문화행사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기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한편 고유문화를 소개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렇듯 일본은 그동안 이어져왔던 전통적인 축제문화를 바탕으로 요란스럽지 않게 세기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모든 화력을 집중해 단기간에 뭔가를 보여주고, 축제가 끝나면 그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한국과 가장 대조되는 점이다. 또한 요코하마의 경우 관 위주의 준비가 초래할 수 있는 경직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취합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기조로 내세우고 있지 않는 일본과 비교해 ‘문화월드컵’을 표방한 우리나라. 추구한 바를  제대로 수확할 수 있을지, 급한 걸음을 멈추고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심연주 기자 rmfnxjrl@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