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재미있어요?”
순간 현란한 영상과 야단스런 소음이 접히고 다분히 장난 끼 어린 서태지의 목소리가 스크린을 채운다. 감독은 왜 그 한마디를 그렇게 부각시켰을까.

“오빠 얼굴을 보지 않아도 재밌어!”라는 한 소녀의 말은, 일개 스타의 ‘팬’에서 공연문화를 즐기는 주체로 발전된 ‘팬덤’을 떠올리게 한다. 귀를 때리는 음악과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며 그들은 놀이에 열중한다. 공연이 끝난 후 벌어지는  뒤풀이는, 친목도모가 아니라 음악을 듣고 몸을 흔드는 공연장 놀이의 연장이다.

분명 종종 일탈적인 모습을 보이는 그들은 일반인과 섞이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갖고 있는 팬클럽의 이미지는 언론, 그 중에서도 방송매체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언론은 팬덤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 없이, 팬클럽의 부정적인 부분만 왜곡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언론에 분개하는 팬덤의 목소리는 전체 내용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대해 서태지 팬덤은 적극적으로 맞선다. 편파 보도를 일삼는 모 프로그램의 경우 처음에는 PD에게 항의하는 것에서 시작,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타 사회단체에게 의뢰해 연예인 한 명의 권리 찾기가 아닌 사회문제로 확산시킨다. 서태지 패러디로 한참 이슈화 됐던 이재수와 관련해서는 가수들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음반저작권협회의 비리까지 건드린다.

“이것은 서태지가 아니다!”는 작년에 개최된 제6회 부산 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출품작이다. 카메라는 서태지라는 거대한 팬덤과 만난 감독의 시선을 따라, 약 1년 6개월 여 동안 그들의 실상을 비춰낸다. 그러나 팬덤에 대한 보고서를 표방하는 그의 작품에서 그에 대한 해답은 없다. 오히려 팬덤의 정체성이 자리잡지 못해 벌어지는 부끄러운 사례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 다큐멘터리의 가치는 방송권력에서 벗어난 6mm 디지털 카메라에 있다. 자유로운 카메라의 눈과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서태지의 귀익은 음악이 더해져, 이 분야에 무지(無知)한 사람에게도 낯설지 않도록 살아있는 영상 보고서로 완성됐다.

심연주 기자 rmfnxjrl@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