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팬덤이란 특정 대중문화에 대한 팬 의식, 그리고 이에 의한 문화적 실천을 의미한다. 하지만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이 용어에 대해 우리 인식 속에 각인되어 있는 이미지는, 아직까지는 각종 현수막을 들고 목이 터져라 가수의 이름을 외쳐대는 10대 소녀들뿐이다. 허나 팬덤이 우리 대중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코드가 된 이상, 그것을 일부 어린 소녀들이 주축이 되는 광기 어린 집단이라 치부하지 말고 그 정체성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영화감독 전명산씨는 팬덤에 대해 “한국의 대중문화 속에서 수용자측의 자율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매개체”라며 “대중가수를 향한 팬덤에 있어 가수의 역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팬, 즉 수용자측의 선택인 것이다. ”라고 말한다.

팬은 팬덤 안과 바깥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하면서 차별성을 규정지으려 노력하는데, 이에 의해 그려지는 팬 공동체와 그 밖의 세상 사이의 경계선이 팬덤의 정체성을 설명해주는데 적합할 것이다. 경계선 바깥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던지는 그들을 향한 부정적인 우려와 편견이 담긴 시선에 대해 김민석(서태지 기념사업회(이하:서기회) 3기 부회장) 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국과 일본이 축구시합을 할 경우 축구 팬들은 열광적으로 경기에 빠져들며 그로 인해 다른 그 무언가를 포기하기도 한다. 팬덤 문화는 그와 같은 맥락에서 그 대상만을 달리할 뿐이다. 물론 폐단이 없을 수 없으나 그러한 면만을 부각시켜서는 안된다”

이제까지 행해져 온 팬덤에 대한 규명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만 머물러 왔다면, 이젠 과연 어떤 사회적 관심 및 가능성이 잠재돼있는가에 대한 생각이 뒤따라야 한다. 팬덤은 이제 고정적인 의미를 소극적으로 수용하는데 그치는 수용자가 아닌, 적극적 의미를 창출해내는 능동적인 수용자로서 자리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팬덤의 도전적 실천은 새로운 문화흐름의 파장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 적극적인 담론화, 그리고 적절한 발전방향의 모색을 그 숙제로 던져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무엇보다도 이 때까지 문화산업의 영악한 상술에 휘말리는 세대로만 비쳐 온 이들이 스스로 담론을 형성해 가고자하는 의지와 실천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HOT 팬클럽은 기획사 측에서 임의적으로 그룹의 해체를 결정하자 이에 반대하는 평화적 시위를 벌였고, GOD 팬클럽은 기획사 측이 GOD의 공연장 변경문제를 비합리적으로 처리하자 반대의사를 표명함으로써 팬으로서의 권리를 확보해 냈다.

이렇듯 최근 들어 팬들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는 경향에 대해 김민석씨는 “이들의 적극적 움직임은 극단적으로 치우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팬들이 스타에게 뭔가를 요구할 때 그것은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행해지는 일종의 애프터서비스와도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과 같이 팬덤은 본질적으로 소비자라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일반 소비자층에게는 결여된 행동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잠재돼있다. 능동적, 주체적 수용자이자 소비자로서 자리하는 팬들은 대중문화 영역에서 능동적으로 구성되고 변화하는 위치에서 말하는 존재들이며 따라서 그 속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찾아내고 바람직한 모델을 창출해야만 한다. 팬덤이 스타를 위한 팬의 이기적 집단 행동, 또는 그저 일시적인 그들만의 문화현상으로 치부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중문화의 크고 작은 구조적 모순에 대해 올바른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집단으로, 진정한 주체적 문화세력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안민영 기자 zenithamy@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