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 시인 안도현 씨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안도현의 시는 진솔하다. 그의 시는 서민의 정서에 바탕을 둔 건강한 삶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인은 소박한 목소리로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이웃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박민영, 문학평론가). 스스로도 정체 모를 난해한 시를 싫어한다는 그는 그 연장성 상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도 엮어냈다. 그러나 그러한 작품들과 달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활동 때문에 해직교사로 5년 간의 세월을 보내는 등 거친 이력도 갖고 있다.

그 후, 97년부터 전업작가를 선언한 그는 전주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이전보다 더욱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시가 비교적 대중성이 약한 분야임에도 특히 대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안도현 시인. 그의 입을 통해 총체적인 시문학에 대한 생각과 그 외에 시인이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 근황은 어떠한지
­전업작가라는 것은 글쓰기가 직업이지만, 나는 글을 실제로 쓰는 일보다 책을 읽거나 빈둥빈둥 노는 시간을 더 즐기는 편이다. 일정하게 특정한 곳으로 출퇴근을 하지 않지만 한가하진 않다. 백수가 원래 더 바쁜 법이다.

■ 시의 가장 큰 매력은
­세상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준다. 또한 사물이나 자연의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는 기쁨도 만만치 않다. 시를 쓰고 읽는 일은 그런 즐거움을 누린다는 일이다.

■ 시 쓰기와, 시 읽기에서 각각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하나
시 읽기의 경우, 그 방법을 제대로 찾지 못해 시와 멀어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쉬운 시들을 좋아하게 되지만 대개 ‘시=난해하다’란 공식이 은연중에 자리잡고 있는데.

­나는 시를 힘들게 쓰는 편이다. 퇴고 과정도 오래 거치고. 시를 쓸 때마다 ‘감동’이란 걸 늘 생각한다. 우선 나 자신한테 감동을 줘야 남도 감동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시의 갈래를 따지고 수사법과 은유와 상징 등을 배우면서 시를 두려워하게 된다. 시를 감상하기보다는 그 내용과 형식을 분석하는 데 몰두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시는 ‘가까이 할 수 없는 당신’이 되어 버렸다.

시를 잘 읽는다는 것은 스스로 읽는 즐거움을 안다는 뜻이다. 그것은 시를 우선 부담 없이 대하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한다. 시를 읽다가 난해한 시어나 구절이 나오면 당황하지 말아야한다. 거기에 지나치게 얽매였다가는 시가 달아나 버린다. 때로는 시를 꼼꼼하게 읽는 것보다는 설렁설렁 읽는 것도 필요하다.

■ 시를 읽지 않는 사람, 시를 읽지 않는 대학생을 어떻게 생각하나
­시를 읽지 않아도 세월은 잘 가겠지만, 시를 읽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참으로 불행하고 가련한 영혼의 소유자가 될 수밖에 없다. 시 읽기는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집 한 권 선물해주지 않고 청춘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의 등짝을 한 대 때려주겠다.

■ 안도현님의 대학생활은 어땠는지, 그리고 그 시대가 지향한 대학문화와 지금의 대학문화는 비교해 말한다면, 또한 이상적인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나는 80학번이다. 나의 20대를 80년대와 함께 보냈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역사에 대한 부채의식 같은 게 우리들을 지배했다. 문학청년이었던 나는 내가 하는 문학이 어떻게 사회와 역사의 밑거름이 될지 오래 고민하곤 했다.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그런 역사에 대한 인식을 지나치게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를 ‘우리’와의 관계 속에 두는 자세는 언제 어느 때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현대의 문화예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간·주체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는 것. 이를테면 생태학적 상상력은 모든 문화예술인이 갖춰야 할 필수가 아닐까.

■ 마지막으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추천한다면
­우리나라 시인 중에 백석을 가장 좋아한다. 『백석시전집』<창작과비평사>을 읽으면 한국문학사가 새롭게 보일 것이다.

심연주 기자 rmfnxjrl@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