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혜화동 국립서울과학관에서는 ‘인체의 신비전’이 열리고있다. 지난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몸통, 장기, 인체조각 등 2백점 이상의 실제 인간 표본들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실로 충격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전시회는 세계 각지에서 개최되는 국제적인 순회전시회로 지난 1997년부터 지금까지 영국·스위스·일본·독일 등 총 11개 도시에서 8백5십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았다.

전시를 보기 전, 그리고 전시를 보는 내내 느꼈던 감정은 호기심이었다. 해부실이나 영안실에나 있어야 할, 우리가 쉽사리 접하지 못하는 대상이 밝은 환경으로 나와 우리와 대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상당한 충격이 되어, 호기심에 한층 더 방대한 오로라를 제공해주었다. 현재의 우리가 ‘살아있지 않은 우리’를 바로 눈앞에서 접해야한다는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연출됐고, 자체가 인간 본연의 욕망을 건드려놓는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는 예술작품의 전시와 같이 치밀한 계획 하에 디스플레이 되어있었던 것은 아닌 듯 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별개로 ‘환하게 들여다보이는 인체의 구조’라는 사기 없는 아름다움이 마치 오랜 세월 한 길만을 걸어간 장인의 예술작품을 보고 느끼는 깊은 감동과 진배없었다. 그것은 과학의 힘으로 눈앞에 보여진 세계였지만 보는 이들이 느끼는 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각자의 의미부여와 해석이 아닐까싶다. 무엇보다 같은 인간 개체라는 것에서 전이되어오는 감정이 보는 사람에게는 어느 방향으로든 파고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외향에서 오는 충격이 과학기술의 경이로움으로 인식되면서도 모두 관람한 후에는 시각적인 정보의 수용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으로서 얻은 충격과 이미지가 내 나름대로의 관점이나 생각과 결부되어 의미가 생산된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아직 인체에 붙어있는 머리카락들과 터럭들, 그리고 단면화된 인체에서의 표정에는 정말 소름끼치는 리얼리티가 있었다. 특히 축구, 스키 등의 운동을 하는 인체에서의 내부기관들을 보노라면 작은 우주처럼 치밀한 조화가 있었고 하나의 뛰어난 창작물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아름다운 면도 있었다.

이렇게 본 전시회를 접하면서 먼저 느끼게된 것은 ‘흐름’이었다. ‘이제는 우리도 알아야한다’는 본 전시를 통해 과거로부터 현재에까지 추구되어오고 있는 리얼리티에 대한 관심의 뚜렷한 ‘흐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예술분야에서도 오랜 화두였었던 이 개념은 점차로 발전적인 사회구성물을 생산해왔다. 이번 전시를 그러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인간사의 한 흐름으로 이해하고 싶다. 분명 앎을 통해 얻게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과거에서 현재로 역사가 이루어져 왔듯 진일보한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다. 결국 이 전시는 ‘진짜’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시대가 던진 한 장의 출사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원희 (미술·서양미술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