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요즘 드라마의 소재가 점점 더 기존의 ‘도덕적’인 것에서 탈피해가고 있다. 더 이상 도덕적인 배경 속에서 무언가 말하기에는 시청자들의 구미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도덕적’이라는 기준 자체가 절대적 진리라기보다 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주입시킨 하나의 관념에 불과한 것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것에서 벗어나기도 굉장히 힘든 것이 사실 아닌가.

개인마다 취향의 문제이겠지만 주위의 의견을 들어봐도 최근의 TV 매체에서 꽤나 흥미를 끄는 드라마는 대부분 이런 드라마다. 물론 예전부터 ‘비도덕’을 다룬 드라마가 있긴 했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요즘의 드라마는 그런 비도덕을 비도덕으로 보지 않게 하는 힘이 있다. 나로서는 그것이 잘생기고 멋진 남녀 주인공이라는 것에서 그 힘을 찾고 있긴 하다.

사제간에 사랑을 하나의 소재로 삼고 있는 ‘로망스’의 경우에서 보면 사실 현실에서 실제 비슷한 경우가 있었고 이는 한 때 가십거리로 얘기되던 것이기도 했다. ‘로망스’에서 여주인공이 말하는 것이 있다. “너 뭔가 착각하나 본데, 너는 학생이고 나는 선생이야. 학생이면 좀 학생답게 굴어!” 하지만 내용의 전개는 점점 학생다움과 선생다움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다. 이런 대사가 이성적인 것 기존의 도덕적인 관념들을 충분히 제시해주는 전 과정에 불과한 것이겠지만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완벽한 불륜을 다루고 있는 ‘위기의 남자’도 역시 불륜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뭔가 걸리는 게 있다.

드라마의 전개 방향이 어떻게 되든, 사랑이라는 매개로 이루어진 그리고 몇몇의 현실적 혹은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시련이 닥쳐올 것이라는 건 뻔한 과정이고 이 드라마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가 참 궁금하다. ‘로망스’의 경우는 ‘비도덕’으로 보이는 힘이 거의 도덕의 힘을 압도하고 있어서 현실의 경우처럼 될 것 같지만 후자의 불륜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는 결론이 어떻게 될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제까지 불륜의 드라마는 바람난 남자가 가정으로 다시 돌아온다거나 불륜의 대가로 술꾼이 되거나 거렁뱅이가 되는 등의 죄 값을 치르는 형태의 그나마 도덕적인 결론으로 그 동안의 비도덕을 승화시켜버리는 몽상적인 결과로 끝이 나버렸다. 이 드라마 역시 예전처럼 그렇게 끝이 날지도 모르지만 이 역시 현실을 매도하더라도 ‘올바른 여론’을 선도한다는 방송매체의 사명감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저 이제는 좀 달라지려나 하는 기대 혹은 궁금증이 결론이 어떻게 날 것인가에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상황에 대해 주인공의 호감 가는 외모를 떠나서 도덕적 현실보다 우선되어 고려 되야 하는 것은 인간 그 자체, 혹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의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이것 역시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한번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도덕적이라는 것에 대해 과연 그런가 라는 의문을 던져보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순영(어문3·국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