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우리에게 오아시스는 다가왔다.

월드컵 이후 우리는 새로운 자신감과 흥분으로 충만하다. 그것은 바로 비경제적인 분야에서 우리가 보여준 놀라운 성과이다. 월드컵 기간동안 드러난 우리의 또 다른 측면, 예컨대 공동체 정신 그리고 멋지게 노는 호모루덴스로서의 모습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갖고 있던 부정적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또 최근 베니스 영화제에서 "오아시스"라는 영화가 최우수 감독상과 최우수 신인상을 받으면서 우리는 그동안 거세된 줄로만  알았던 우리의 정신·문화적 잠재력을 확인하는 사건을 경험한 것이다.

이 사건들은 그간 돈만을 제일로 알고 정신과 문화를 고갈시켰던 그 사막화된 현실에서 우리를 향해 다가온 오아시스이다. 이렇게 우리가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에스프리 그리고 사회와 문화에 대한 사랑을 지켜온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특히 이번 베니스 영화제의 두 주인공 이창동 감독과 우리 성대 동문 문소리 양은 사막으로 변한 우리의 현실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기 위해 인간으로서의 영혼을 간직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영화는 막대한 부를 산출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그리하여 무자비하게 상업주의에 매몰시키며 수많은 조폭을 등장시켜 관객에 아부하는 우리 영화의 주류, 그 주류를 거스르며 그들은 전과자와 장애인이란 전혀 매력적이지 못한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외롭고도 위험한 영화를 만드는 모험을 해왔다. 그들은 영화를 통해 현실과 인간에 사랑을 불어넣었으며 그리하여 영화를 결국 인간과 인간이 서로 화해할 수 있는 예술적 장치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현실은 그들의 그러한 노력을 인정하며 비로소 경의를 표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이창동과 문소리를 사랑한다. 스스로를 오락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연예인밖에 없는 이 시대에 진정한 작가정신과 진정한 배우로서의 예술혼을 가진 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어쩌면 우리의 젊은이들이 동일화의 대상으로 삼아도 좋을 인물들일 것이다.  세류에 휩쓸려 자신을 잃고 끝없이 눈치만 보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영혼을 지키며 자신의 길에 혼신을 바치며 가는 삶, 이러한 삶은 언젠가는 자신은 물론 타인을 위한 오아시스를 발견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창동과 문소리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우리의 대중들을 사랑한다. 이제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오아시스를 보러갈 것이다. 삶에 오아시스를 만나기 위해.

이종관(철학) 교수

현상학, 예술철학 연구
철학과 BK21 사업 팀장
현 한국현상학회 편집이사
현 철학연구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