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 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조선시대 회화 연구가 유홍준 교수. 그의 대표 저서인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읽고는 실제로 답사 중 누렁이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단순 열거나 칭찬 일변도가 아닌 솔직한 느낌을 서술해서인지 우리 문화에 대한 그의 애정 표현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우리의 그림과 문화 전반, 그리고 인간과 삶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 요즘 근황은
­11월 1일에 북학파의 활동을 연구한‘조선시대 연경회관 학자들의 길’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 심포지움을 준비하고 있다. 그밖에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의 연속으로 충청북도와 경기도, 제주도 지역을 답사할 예정이다. 『북한 문화 유산 답사기』까지 냈는데 정작 내가 살고 있는 고장과 가까운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

■ 교수님의 저서는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적이다. 특별히 염두에 두고 쓰는 것인가
­전문서와 대중서를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내 책을 읽는 독자는 나보다 이 분야에 대해 잘 아는 학자일 수도 있고 문외한일 수도 있으니 특별히 어떤 기준에 맞춰 글을 쓰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까지 내가 공부한 분야는 지나치게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겨졌으니 타 분야의 사람들도 같이 이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누구라도 내 글을 읽고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지길 바랬으며 외부 강연도 그런 차원에서 다닌다.

■ 저서 중 『화인열전』이나 『완당평전』등은 인물의 삶을 전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는데
­미술을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림을 보고 화가의 경향 등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그림, 특히 우리 고유의 회화를 감상하려면 시대적 배경과 화가의 삶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미술사가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미술사학도 넓게 보면 인간학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한 명의 위인을 볼 때 그의 삶 전체보다는 부분적인 업적에 치우쳐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물이 과소평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심지어는 이렇다 할 평전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은 것이다. 미술사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관심을 갖고 연구할 일이다.

■ 미술은 아직까지도 고급 예술이란 인식이 짙어 다가가기 어렵다. 때문에 몰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술이나 음악 등에 관심이 없더라도 살아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사람이 총체적으로 완성된 인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 못지 않게 교양 분야에 대한 조예가 필요하다. 전공 지식이 나의 두뇌를 발달시킨다면 교양 지식은 정신을 살찌우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성인이라고 자부하는 대학생이라면 교양에 대한 이해는 선택 아닌 필수다. 미술을 생활의 일부분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며 그들의 삶에 애정을 가지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 강의하면서 학생들을 많이 이해하게 됐을 것이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시대이다. 하지만 어떤 일은 하든지 결국 본인의 선택이다. 어려움을 감당하면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는 사람은 삶의 보람과 기쁨을 느낄 것이고, 현실적인 안정을 먼저 생각한 사람이라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라. 실패가 용서되는 마지막 시기이다.

김주연 기자 yeuni02@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