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2002 한일월드컵이 낳은 수많은 감동. 그 중에는 네트워크 인프라에 관한 우리나라의 면모를 보다 확실히 확인한 뿌듯함도 있었다. 일본에 비해 무선인터넷 인프라 구축이 훨씬 방대한 우리나라가 직접 방송·통신을 총괄 지휘해 전 세계에 전파한다는 보도는, 한 골의 슛에 견줄 수 있는 짜릿한 즐거움이었다. 인터넷 분야에서만큼은 외국학자들도 한국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단다.

이러한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 아래 현재 우리의 사이버공간에는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특히 쇼핑몰 등 기존 오프라인에서 차용한 것이 아닌, 순전히 사이버에서 탄생된  아바타 -가상세계에서 나를 표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는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조차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개념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물론 인프라의 받침도 있겠지만 우리의 문화적 특수성이 개입된 측면을 배제할 수 없다. 즉,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기도 어렵고 사회구조가 폐쇄되어 끼리끼리 노는 문화 등 이에 대한 반감으로 가상세계 인구가 증가됐고 그 안에서 다른 나를 만드려는 강한 욕구를 느끼게 된 것이다.

돈 벌리는 아바타, 돈 나가는 아바타

아이디로 시작됐던 가상세계의 정체성이 아바타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금년 초까지만 해도 아바타 사업은 ‘돈이 된다’는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기본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가장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커뮤니티사이트 세이클럽을 비롯 게임사이트 넷마블, (주)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유수의 국내 온라인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톡톡히 이윤을 보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사실은 대체로 유료서비스에 민감했던 네티즌들이 아바타 아이템 구입에는 쉽게 지갑을 연다는 점이다. 비교적 소액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인 실효성이 없음에도 계속해서 소비한다.

이는 변형된 자아상을 드러낸다. 성형수술의 성행, 명품에 대한 동경 등 현실 세계에서 외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이런 현실이 가상세계에도 그대로 투입됐다. 아바타의 외모는 그 사람의 경제력, 권력을 상징하게 됐고 이는 개인의 만족감을 넘어선 사회적 강요로 압박한다. 아바타의 부정적인 측면이 가장 표면에 드러나는 것은 바로 현실에서도 논란이 많은 육체의 상업화라 할 수 있다.

같은 소비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으나 커뮤니티사이트 싸이월드의 경우 자신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위 사람과 어울리는 공간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획팀의 민영주 씨는 “사이버 상이긴 하지만 ‘나’ 보다 우리의 개념에 주목해 한국적인 사이버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바타 = 허상?

그렇다면 아바타는 비판받아야 할 자본의 생산물이며 허상일 뿐인가. 아니다. 아바타는 ‘가상공간’에서 태어난 일개 생산물에 불과하다. 또한 ‘허상=나쁘다’란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가상세계의 삶을 현실세계의 그것보다 더욱 만족하고 즐긴다고 해서 비난하는 것은 자기 세계관을 중심으로 한 오류다. 그러나 이런 식의 논리는 상당히 번져있다.

사이버문화연구소 민경배 소장은 “아바타와 연관돼 드러난 문제로 아바타 또는 가상의 공간에 그 죄를 묻는 것은 1차원적인 생각”이라며 “무조건 현실세계를 기준으로 엄연히 존재하는 가상공간을 악으로 보지말고 현상적 측면은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이런 양상 속에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인간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과제임을 던져준다. 그런 고민이 시작 되야 결과적으로 사이버 세상의 반현실적인 반영이 수그러들 것이다.

심연주 기자 rmfnxjrl@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