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대중문화의 대표적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TV, 그것이 생산하는 문화산물은 대단히 방대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TV가 싸구려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흔히 접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간과하기 쉽지만, 영상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문화는 그 시각적 파급효과까지 더해져 대중문화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지난 4월부터 <공중파방송 연예오락 프로그램 개혁을 위한 시청자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서세원 쇼’를 최악의 토크쇼로 선정해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이어 최악의 연예정보, 음악프로그램 등을 매달 선정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500원 공중파 방송이
생산하는 문화권력

스물 두 해 동안 농촌의 이야기를 담아왔던 전원일기가 막을 내린다. 이것은 현재 TV 프로그램 생존을 결정짓는 역학관계를 상징하는 단적인 예이다. 그 역학 구도에 시청자의 생각은 과연 얼마나 반영되는가.
진행자가 도주한 상태여서 가을개편 때 폐지 결정된 ‘서세원 쇼’는 시민단체에서 최초로 선정한 최악의 연예오락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 모니터 결과, 자연스럽게 생산돼야 할 웃음은 신변잡기에서 비롯된 저급한 말장난이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가수나 배우에게 지나친 개인기를 강요하는 진행자의 모습 등이 곳곳에서 지적됐다. 이렇게 일그러진 재미를 추구하던 시청자들이 서세원 쇼에 몰아준 인기는 저질 문화의 양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5년 동안의 장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연예인 위의 연예인으로 군림하며 방송권력자가 된 것이다. 이는 비단 ‘서세원 쇼’에 국한된 사례는 아니다. 이와 관련 문화연대 매체문화개혁위원회 김형진 간사는 “공중파가 국민들의 소유라는 점을 간과하고 개인 혹은 방송국의 사익에 악용한다”며 “방송국의 제작환경, 구조상의 문제가 원인이지만 결국 미디어 교육, 문화교육의 필요성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10월 최악의 음악프로그램으로 ‘SBS 생방송 인기가요’가 선정됐다. 객관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순위 선정이 가장 큰 이유이다. 편중된 음악 장르, 진행자들의 산만한 진행 및 음악 정보가 부재한 음악 프로그램의 모순 등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음악프로그램은 또한 왜곡된 앨범시장을 양산하는 데에도 일조 한다. 1위로 선정되고 나서야 판매고가 올라가기 시작하는 역순의 책임은 결국 소비자의 몫으로 남는다. 방송과 음반시장의 결탁이다.  

멀티플렉스 극장의 모순
영화계도 편식을 강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화려한 내부 환경을 갖추며 새롭게 개장한 극장들 모두 멀티플렉스를 표방하지만 정작 상영중인 작품의 양상은 멀티에서 한참 거리가 멀다. 최근 가장 흥행에 성공한 국내영화는 조직폭력배를 소재로 한‘가문의 영광’이다. 작년부터 이어진 코미디 영화 붐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 시발지로 볼 수 있는 영화‘조폭마누라’의 주인공 신은경 씨가 여배우 사상 최고 4억의 개런티를 받고 그 속편에 출연할 예정이라니 당분간 영화계가 조직폭력배에 거는 기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던 시민단체의 모습이 영화계에도 싹트고 있다. ‘고양이를 부탁해’를 살리기 위한 모임에서 가시화된 움직임에 이어 지난달 11일 개봉된 홍경인 씨 주연의‘남자 태어나다’가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개봉 하루만에 간판이 내려지자 팬들이 나섰다.  유명 배우도 감독도 없는 이 작품의 팬이란 영화를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선택할 것인가, 선택 당할 것인가
TV의 버라이어티쇼, 토크쇼, 음악 프로그램 그리고 코미디 영화 모두 각각 존재의 이유가  있다. 비디오가게는 에로물이 살린다는 우습지만 결코 흘려듣지 못할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각각의 영상매체가 만들어 내는 것이 사람들에게 주는 위로의 의미도 모두 다르고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닌다. 이는 대중이 바라는 문화에 대한 기대이기도 하다.  
문제는 선택의 주체가 누구인가이다. 어쩌면 선택권이 이미 상당부분 빼앗겨 버렸는지도 모른다. 평소 영화 애호가임을 내세우며 걱정하는 무리들 중 자신이 옹호하는 단체에 실제로  힘을 실어준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또한 저급 문화라고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TV에 과연 얼마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TV 매체가 갖는 잠재성을 적극 받아들여 긍정적인 문화로 향유할 수 있는 지혜까지 바란다면 무리일까.
심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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