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자보]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여기 이 남자를 주목해 보자. 후줄근한 양복에 뒤엉킨 머리카락, 축 처진 어깨와 왼손에 든 검은 서류가방. 한눈에도 실직자임을 알아볼 수 있는 이 남자, 실직자 맞다. 다니던 회사에서 짤린 뒤 퇴직금을 몽땅 들고 방금 ‘깔리랜드’로 찾아왔다.

돈만 내면 누구나 100분 동안 황제 ‘깔리굴라’가 될 수 있는 테마파크 ‘깔리랜드’. 남자는 이곳의 1237번째 황제로 등극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절대 권력을 이용해 잠재돼 있던 욕망을 하나씩 표출한다. 진실이나 간절함 따위가 깃든 것이 아니다. 그저 100분 동안 현실에서 그가 당한 고통을 그대로 분출할 뿐이다.

극도의 절망감에 빠져 본 적이 있는가. 무자비하게 폭발하는 그의 잔인성은 미치광이의 한 때 발작이 아니다. ‘나 좀 봐달라’는 세상을 향한 간절한 외침이다. 주인공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토록 그를 절망하게 한 것이 세상인지, 아니면 그 자신인지. 현실에 회의를 느끼고 지독히도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된 깔리굴라와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비교해 보자. 주인공의 처절한 질문은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연출:박근형
주연:박지일, 정석용, 이재승, 진경
기간:11월 7일∼12월 1일
장소:대학로 아룽구지 소극장
입장권:12,000원(사랑티켓 이용 시 7천원)

김주연 기자 yeuni02@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