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걸 지금처럼 자랑스럽게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금년 8월 유럽여행 중 만난 한국인 가이드들이 한결같이 들려주던 감회 어린 코멘트이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하나다.’를 연호하며 “너와 나는 없고, 우리만 있는 밤. 앞에 있는 선수가 남쪽인지 북쪽인지 모른다. 지금은 내 옆에 누가 있는 게 중요치 않다. 그냥 얼싸안고 울고 웃고 싶다. 이날은 남북 모두가 한가족이기 때문이다” 붉은색 티셔츠 ‘Be the Reds’를 입고 축구장 농구장에서 얼싸안고 춤추며 노래부르던 어떤 붉은 악마의 자랑스러운 절규이다.
스포츠란 무엇인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또는 학자에 따라 운동, 행동, 놀이, 게임, 경쟁 등 백화쟁명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거치며 보았던 스포츠 현상은 단순한 신체활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포츠는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각종 사회제도와 연계하여 사회를 지배하는 리바이어던스이다.
현대스포츠는 광적인 팬들로 존재한다. 으레 스포츠는 운동장에서 체육관에서 차고 던지고 뛰는 현상으로 이해하지만 실제 대근활동은 없어도 스포츠는 눈으로, 머리로, 가슴으로 존재한다. 1백 분의 1초를 앞당기려 기를 쓰는 선수들을 안타까워하고, 때리고 두드려 맞는 장면에 환호하고, 한 타 한 타에 상금액수를 계산하는 관중들은 실제 운동을 하지 않지만 스포츠와 더불어 살고 있다.
스포츠는 과학 속에 존재한다. 육상의 인간공학적 신발, 양궁의 FRP활과 카본화살, 사이클의 디스크 바퀴, 커스미스 박사의 하이폴라와 프리클라이러 스포츠웨어는 기록 단축과 부상예방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스포츠 참가이다.
스포츠는 정치이념, 종교, 인종간의 갈등과 반목을 갖는 적대국가간에도 선진 우호관계로 개선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됐다. 월드컵 기간 중 가깝고도 먼 이웃 한일 간의 우호와 협력증진이다. 아시안 게임에서 서로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빙빙 돌던 뜨거운 동포애가 남북 간 상호 이해 증진으로 연결되는 것은 스포츠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묘약이다.
2002월드컵이 끝난 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4강 진출로 인한 경제 효과를 소비진작효과 3조 7,600억 원, 기업이미지 제고효과 14조 7,600억 원, 국가브랜드 홍보효과 7조 7,000억 원 등 26조 2,2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 또한 스포츠는 심장과 폐로 뛰지 않아도 사회 속에 존재하는 정치현상이요 경제현상이다.
시민의식도 고양됐다. 수 백 수만의 인파가 지나간 거리의 청결도와 감소된 범죄율은 외국인으로부터 ‘한국민은 무서운 민족’이라고 격찬케 했고, 한국민 스스로도 ‘우리는 썩 괜찮은 민족’이라고 미래의 희망을 월드컵 응원으로 노래했다.
이제 현대스포츠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우리 인류의 감동이요, 생활철학이며 사회사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스포츠를 통해 한국의 미래를 더욱 승화시키자.
김범식 (스포츠과학) 교수

-한국 스포츠 사회학회 부회장
-본교 스포츠과학부 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