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 동숭아트센터 대표 김옥랑 씨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동숭아트센터의 지난 10년의 세월 뒤에는 옥랑 문화재단 이사장 김옥랑 씨가 있다. 동숭아트센터의 경영 외에도, 공연 예술 제작활동 및 지원, 학생을 지도하는 등 왕성한 문화활동 중에도 현재 본교의 공연예술학과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거침없이 넘치는 열정을 젊은이들과 교류하는 문화운동가, 문화 전사라는 다양한 별명을 지닌 그녀에게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치열한 화두, 문화를 들어봤다.

■ 다양한 활동 때문에 힘들지는 않은지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 그리고 행하는 것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동숭의 젊은 팀원들과 생각을 공유하는데 있어 나이와 자리의 차이는 없다. 학교에서의 강의도 마찬가지여서, ‘이런것이다’라고 제시하면 학생들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것을 토론하며 내가 해왔던 프로젝트를 같이 논의한다. 2, 30대의 그네들과 같이 이야기하면서 나 또한 많이 배우게 된다. 문화센터를 운영하고, 문화 재단을 통해 연구를 하며 저널도 하는데 이것들이 순환을 이루어 나를 만들고 또 문화라는 꿈에 다가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 다시 공부를 시작하신 계기가 있다면
진정한 문화 활동이 무엇인지 죽 고민해 왔지만, 그때 당시에는 가이드하는 사람도 없었고, 자료도 없었다. 20년 동안 문화라는 외길을 걸어오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논문으로 남기려는 작업은 이제 완성했다고 생각돼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도록 후배들을 돕는 것이다. 결과가 비록 30점밖에 안될지라도 언젠가 후배들이 그것에 살을 붙여 지금의 징검다리가 구름다리가 될 날을 그려본다.  

■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다면
동숭아트센터에서는 여느 극장에서 볼 수 없는 기획 영화제를 매년 10회 이상 열고 있다. 대중에게 영상 매체의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영화는 100만 명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일반 영화관 같이 그런 폭력 상업적인 영상물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이 아니더라도 삶에 좋은 역량이 될 수 있는 작품을 올려 1년째 관객이 적다면 2년째에는 관객이 오지 않을까 하는 그런 희망으로 시작한 예술영화관은 이제 자리를 잡았다. 부족함을 발견했을 때 희망은 부정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불편함을 해결하고자하는 것이 희망이다.

■ 최근의 활동은
‘새로운 발견 조선후기 조각전’을 기획했다. 이를 통해 삶과 죽음을 발견하고 우리나라 사람의 얼굴을 발견하고자 했다. 지난 20년간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릴 조선시대 상여에 붙은 나무꼭두를 하나 둘씩 모은 것이 이제 300여 개가 되었다.
문화는 발견하는 눈이 있어야 한다.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죽음의 시리즈를 모은 것은 끔찍한 상여에 담긴 우리 민족정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의 한국사람의 형도 바뀌고 있다. 한국인의 표정과 단청적인 색을 내 눈으로 발견한 것이다. 버려진 것들, 쓰레기통에 처박힌 것들을 모았다. 전통을 어떻게 우리의 삶에 재수용 할 것인가의 고민과, 그 발견이 오늘날 조선후기 발견이 된 것이다.

■ 무엇이 그렇게 문화에 빠지게 했는지
문화나 예술은 정신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지향하는 지향점이 무엇인지, 자신의 존재는 무엇이며 있는 곳은 어디인지 확인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힘이 들고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그 힘든 가운데서 풍성한 것이 싹튼다. 그 불편함을 견뎌내는데 문화라는 열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나의 열정은 문화에 대한 배고픔이었고, 지금도 배고프다.

이재원 기자 ljw-c@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