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 연극 연출가 이윤택 겸임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20여 년 간 연출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현재 본교 연기예술학부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윤택 선생님. 연극뿐만 아니라 시 창작과 최근 <오구 > 영화 제작까지 예술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선생님을 만나 연극과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선생님이 추구하는 연출방식은
나의 삶은 한마디로 ‘어울려 지내기의 연속이었다’ 고 할 수 있다. 외동아들로 태어난 외로움을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고 만드는 것으로 채웠다. 이것은 굳이 비유하자면 셰익스피어와 비슷한데 그는 지방출신이면서 단원들과 함께 생활했고 실내보다는 야외공연을 주로 하는 행동적인 연출을 했다. 내가 추구하는 연극도 행동적인 연극인데 그것을 바꿔 말하면 ‘가로지르기’이다. 기존의 연극을 가로질러 빠르게 다른 시도를 한다는 말과 같은데 이는 가족처럼 지내는 극단패의 바탕 위에 가능한 일이다.

■ 본교 연기예술학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은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것은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러시아 대학은 도제관계가 잘 돼 있어 제자가 스승의 극단에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한 현실이지만 나는 가르침에 있어서 극단의 방식에 충실하려고 한다. 연극은 개인과 개인이 만나 공동체가 되어 만들기 때문에 무엇보다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가로지르기’가 가능한 것도 내 극단패가 17년 간 유지되면서 쌓인 돈독한 신뢰와 서로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본교 연기예술학과 학생들은 수능이라는 문을 통과해 들어와서 그런지 배우는 면에서는 극단 식구보다 더 빠를 때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솔직하고 자기주장이 분명한 강점을 지녔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은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자각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밤늦게 불러내어 같이 밥짓고 대화를 하게 하기도 하고 방학 때는 밀양에 내려가서 합숙을 하기도 한다. 대학시절에 학생들이 남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자기 자신, 인간전체, 세상전체에 대한 고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연출 인생에 전환점이 된 경험이 있다면
연극과 관련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93년 일본과 미국 공연 때였다. 나는 아시아의 촉망받는 연출가로 초대받았고, ‘길 떠나는 가족’이라는 공연도 성공적이었다. 그 당시 인재를 키우지 못하는 한국보다는 일본에 남아서 연출을 해달라는 권유를 받았다. 지방출신이라는 이유로 시기와 질투를 받은 경험을 했던 터라 마음이 끌리기도 했으나 내가 고향에 만든 가마골 소극장이 떠올라 거절했다. 내가 일본에 남아있으면 내 손으로 만든 그 곳이 어떻게 될지 걱정됐기 때문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일본에 남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동안 나는 다르게 커온 사람들끼리 모여 더불어 함께 지내는 연극가족들을 만들었고 밀양연극촌을 지어 이상적으로 꿈꿔왔던 연극만 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성공한 인간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있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같이 일하기 때문이다.

■ <오구>나 <어머니> 등 전통적 색채가 강한 연극에 열정을 쏟는 이유는
전통적인 색채의 연극을 지향하는 것은 내가 살아온 세대의 특징이다. 나의 세대는 서양의 교육을 받고 자라 80년대 우리의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기 반성을 하기 시작했고 찾아간 세대였다. 내가 전통에 관심을 쏟는 것은 그러한 자기 반성적 모더니스트 세대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 연극을 관객이 어떻게 봤으면 하는지
재미를 느끼라고 말하고 싶다. 웃고 즐기는 것만이 재미가 아니다. 긴장과 웃음과 눈물 등도 재미의 일부분이며, 연극을 편견 없이 보고 나서 생기는 여운 또한 재미이다. 관객이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연출자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박지은 기자 pje-c@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