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자보]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어두컴컴한 무대에 희미한 두 개의 불빛이 움직인다. 이 불빛은 덜덜덜 흔들리면서도 조심스레 그들의 목적지로 다가간다. ‘늘근 도둑 이야기’의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된다. 흥겨운 음악과 끝도 없이 이어지는 말장난, 연극은 이를 부담스럽지 않게 두 늙은 도둑들의 작업(?)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레 관객에게 다가간다. 특히 “행님 작년에 선거 땜시 수고 많이 하시었소”라며 늙은 도둑(명계남 분)에게 던져지는 이 대사는 배우의 실제 선거운동 경력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까지도 환한 웃음을 선사한다.

전과 18범과 12범의 두 도둑은 무엇 때문에 이 늙은 나이에 이같이 위험무쌍한 일을 감행했을까. 주거지 불명, 가족사항불명, 전쟁고아 등 애초부터 사회에서 소외받은 이들이 해왔고 할 줄 아는 일이라곤 이것 뿐은 아닐지. 이 두 좀 도둑들이 큰 도둑들에게 아니, 세상을 향해 날리는 대사를 느껴보자. 함께 환호하고 박수치는 가운데 그들과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연극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이 연극을 보고 씁쓸해 할 정치인도 꽤 있을 것이고 도둑의 ‘도’ 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마음대로 웃고 비꼴 줄 아는 이들의 모습은 팔이 닿지 않아 긁지 못했던 관객의 등 구석구석까지 시원하게 긁어준다.

△연출:이상우
△주연:명계남, 박철민, 최덕문
△기간:3월 1일∼ 4월 27일
△장소: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입장료:2만원 (대학생)

백승환 기자 hsb2217@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