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 연극 ‘나는 누구냐’의 김창숙 선생 배역을 맡은 손봉희 씨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심산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나는 누구냐’에서 주인공인 김창숙 선생 배역을 맡아 열연한 손봉희 씨. 작년에도 이승만 역을 맡아서인지 2년째인 올해 김창숙 선생의 청년기부터 노년기까지의 능숙한 연기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자신은 프로 배우라는 호칭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겸손함을 보인다. 본교 공연예술학과 대학원 과정 중인 그를 마지막 공연이 끝난 14일 밤, 공연 뒤풀이 장소였던 대학로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계속된 공연 탓에 목소리는 쉬어있었지만 그의 눈에서는 끊임없는 연극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 김창숙 선생이란 인물의 배역을 맡아 특별히 느낀 점은
처음에는 단순히 연출을 맡으신 정진수 교수님께서 김창숙 선생 배역에 제가 가장 어울린다고 말씀하셔서 그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하지만 배역을 맡아 연습을 하다보니 깨닫는 것이 많았습니다. 김창숙 선생의 사상이나 업적은 물론 무엇보다도 본교 설립자이신 김창숙 선생에 대해 알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본교 학생으로서 정체성 찾기에 도움이 됐으니 연극의 취지 자체가 저한테도 해당됐다고 할 수 있지요.

■ 공연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여느 때보다 대사의 양이 많아 힘들기도 했지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배역에 몰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몰입이 관객에게도 전달돼야 하는데 자신과 관객의 시각차를 스스로 인식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배우라면 자기 배역에 대한 몰입 못지 않게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점에 대해 주변 분들한테 가장 많이 지적을 받기도 했고요. 그런 면에서 김창숙 선생의 나이 변화에 따른 배역 소화가 어느 것보다도 힘들었습니다. 각 나이에 따라 몸짓이나 말투 등에 특색을 줘야 하니까요. 이러한 부분은 앞으로 더 배워가야 하겠죠.

■ 이번 공연은 본교 연기예술학과 재학생들과 함께 한 공연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연습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랐어요. 평소 극단에서 회의 할 때에는 뭔가가 심각한 분위기에서 고민하게 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활기차고 부담 없는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즐거운 고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하나가 더 좋다기보다는 나름대로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작년의 경우 공연의 전체적 수준 향상을 위해 많은 프로배우들로 구성됐었는데 올해는 대부분 연기예술학과 재학생들로 구성됐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활기찬 분위기를 바탕으로 이번 공연도 잘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 연극을 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제가 고2 때 극단 미추의 공연 맥베스를 보고,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난 앞으로 연극을 하겠어. 연극이라면 내 인생을 걸만 해’라고 생각했죠. 당시 저는 학교에서 이른바 문제아로 불리던 시기였는데 맥베스 관람은 그런 저에게 있어 커다란 인생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그 후로 극단에 가서 청소도 하고 잔일도 하면서 연극인으로서 인생을 시작했죠. 그 때의 그 느낌은 지금까지도 저의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 대학생들의 연극 관람이 적극적이지 못한 편인데 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이점은 관객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연극 자체가 재미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해요. 연극 연출자는 물론 모든 제작진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재미가 없음에도 무조건 사람들에게 연극 관람을 권하기만 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화나 드라마와 같이 연극도 나름의 재미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연극을 자주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연극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질 높은 연극을 보여줌으로써 안목을 넓혀줘야 하겠죠. 또한 공연장의 낙후된 시설 개선이 필요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우리나라의 전통 연극은 뿌리를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탈춤이나 마당놀이 등도 연극의 갈래임에도 불구하고 일제 강점기의 신파극만 주류로 인정되고 우리의 전통예술은 연극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죠. 이는 우리가 한국의 전통예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국 연극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전통예술을 계승하고 또한 전통적인 연극을 현대의 흐름에 맞게 고쳐나가는 노력을 해보고 싶어요. 제 자신이 극단을 하고 있음은 물론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이기도 하니까 이론과 실제의 접목을 통한 다양한 시도를 할 것입니다.

김정윤 기자 pusunggui@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