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 영화음악가 조영욱 씨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마음도 들뜨고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이 설레는 봄, 한편의 영화 주인공처럼 행동과 대사에 신경도 써보고 멋도 내보자. 그래도 무언가 빠진 것 같다면 우리를 위한 배경음악을 생각해 보라. 선곡은 여기 조영욱 음악감독에게 맡기고. 접속부터 최근의 클래식까지 모두 12편의 영화에서 그는 탁월한 감각으로 아직도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따듯한 물에 잘 녹은 티백처럼 영화에서 그의 음악들은 은은한 향기와 맛으로서 관객의 마음을 조금씩 자극하곤 한다. 여기 그의 인생을 연주한 음악이 있다.

참여작품
1997년<접속>
1998년 <조용한가족>,
              <해가 서쪽으로뜬다면> < br> 1999년 <텔미썸딩68>,<해피엔드>
2000년 <해변으로가다>,< br>              <공동경비구역>
2001년 <번지 점프를하다>,< br>            <하루>
2002년 <공공의 적>,<밀애>
2003년<클래식>  
              현<빙우> <실미도> 작업 중

■ 좋은 영화음악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좋은 음악이 꼭 좋은 영화음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음악은 순수 음악과는 달리 영화에서 어떤 컨셉으로 나가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표현해야 한다. 음악은 영상에서 차마 표현하지 못한 면을 파악해 좀 더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것을 찾고 생각하는 일이 가장 힘들고 고민하는 부분이다. 때때로 영화 감독과의 의견차이도 있지만 결국 영화는 영화감독의 생각에 따라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방향으로 따라주는 경우가 많다.

■ 가장 애착이 가고 만족하는 앨범은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하나하나 모두 소중한 앨범이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다. ‘텔미썸딩’앨범이 가장 애착이 간다. ‘텔미썸딩’의 경우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해보았고 그 결과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취향이다. 만족도는 한 70%쯤. 첫 데뷔작인 ‘접속’도 정말 의미 있는 앨범이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좀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작품에서 히트를 하게 되면 그것이 빚으로 남아 강박관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 인 것 같은데 친구인 박찬욱 감독도 JSA의 대성공에 꽤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 이 일을 시작하게된 동기는
가장 좋아하는 일이 음악이고 다음이 영화이기 때문에 모두 할 수 있는 게 이 일이었다. 어렸을 때는 ‘대부’,‘서스페리아’같은 영화를 좋아했다. ‘서스페리아’는 고블린 밴드의 음악을 사용한 호러물인데 영상보다도 음악이 더 무섭게 다가왔다. 이런 부분들을 접하고 생각하면서 자연스레 이 길로 오게됐다.

하지만 계속 이 일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진 못했다. 결정적인 선택의 기로에서 항상 음악을 택한 건 아마도 할 줄 아는 게 음악 밖에 없어서 인지도 모른다. 또한 내가 듣고 상상 해왔던 그것을 남한테도 들려주고 싶었다. 난 행운아다. 꿈꿔왔던 일들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평생 이일을 하고 싶다. 창작욕구는 끝이 없다.

■ 작업 과정은
우선 시나리오를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각 영화의 기본 컨셉이나 주요 장면들을 캐치한다. 그리고 나면 그것을 머릿속에 축적해서 이리저리 생각한다. 이를 통해 이미지를 생각하고 음악적 시나리오를 작성하게 된다. 그 후에 각각의 개성에 맞는 작곡자나 노래를 선별해 선택하는데 작곡자들도 각각 잘할 수 있는 분야와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좋은 영화음악을 만들기 위해선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편집 후에 계속 영화를 보면서 각각의 구체적인 장면에 맞는 음악을 선택한다.

■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은
보통의 작업과정은 6개월 정도인데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좋은 음악을 만들려면 많은 생각과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과 적절한 자본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별개 아니라 시간과 투자, 열의의 차이다. 또 영화음악이다 보니 장면에 따라 음악의 길이를 조절해야 한다. 이 과정은 각각의 장면에 대한 많은 분석이 필요해 상당히 힘든 작업이다.

■ 영화음악가가 갖추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영화를 분석하는 힘이 필요하다. 영화에서 어떠한 음악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표현하려는지 적절하게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영화를 많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다양한 방면의 문화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책, 미술, 음악 등의 활동은 지적훈련으로서나 감성적인 면에 많은 도움을 준다.

백승환 기자 hsb2217@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