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주목한 책-당신들의 대한민국(한겨레 신문사) 박노자 지음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배계층에 비판적이고 정치에는 냉소적이지만 유독 한 독재자에게만은 향수를 느끼며 후한 점수를 매기는 나라, 믿음의 자세와 진실성보다 믿음의 대상이나 출석률을 우선시하는 종교패거리문화가 판치는 나라, 돈과 연줄이 없어 박사과정을 포기하고 교수라는 특권층이 되기 위해 돈과 로비 등의 온갖 망령들이 득실거리는 대학사회, 군대 복무가 사회적 성공을 위한 통과의례가 되고 군사적 폭력문화가 충만한 사회, ‘민족’이라는 이름아래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이 마구 짓밟히는 사회.

이는 1999년 한국인으로 귀화한 러시아 태생의 논객, 박노자가 한국사회를 보고 겪으며 내린 ‘당신’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총체적 진단이다. 그는 이런 사회를 ‘자기가 남을 잡아먹고 싶으면서도, 남에게 잡아먹히기를 겁내며 다들 의심 깊은 눈으로 서로서로 쳐다보는’서로 잡아먹기를 탐내는 사회로 평가한다.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자로서 한국인과 운명을 같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고 아직까지 혈통과 국적을 동일시하는 한국사회에 화두를 던져보고자 귀화했던 그는 이 책을 통해 한국 사회의 문제가 어떻게 생성되었고 어떻게 하면 치료할 수 있는지 논해보고자 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초상을 논리적인 근거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또한 그는 귀화한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의심스러울 만큼 유려한 필치로 우리가 금기시 했고 기피했던 문제들까지도 비판의 수술대에 올려놓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인지 비판은 한층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바라는 한국 사회의 상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단지 좀더 평등하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가 되는 것. 그러기 위해서 우리 자신부터가 이 책에서 다루었던 한국의 고질병들을 하나씩 고쳐 나가야할 것이다. 그에게 한국이라는 나라가 ‘당신들만의 대한민국’으로 남지 않을 때까지 말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