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흔히 현대인들은 전통을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과거의 구습정도로만 치부, 서양과 같은 외국의 것들만을 답습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연구학술부에서는 이러한 경향을 비판하며 전통적인 요소가 많이 존재하는가를 연재를 통해 학술적으로 증명해보고자 한다. 이는 전세계적 축제인 월드컵을 맞이해 전통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꼐기를 마련해 줄 것이며 오랜 유교적 전통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 성균관 학생들이 전통적인 것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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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건축과 전통
② 의상과 전통
③ 음식과 전통
④ 의학과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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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했으리라 본다. 이런 의문에 대해 각자 삶을 바탕에 두고 모습을 그리며, 각자의 삶은 순간 지나간 과거와 많은 부분 관계를 맺고 있다. 과거, 현재 더 나아가 미래에도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대상은 많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이 살고 있는 살림집이며, 살림집 속에는 많은 요소들이 녹아 있다. 이들 요소들은 장구한 세월 속에 축적된 결과물로 매우 다양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살림집을 짓던 사람들의 숨결과 정신, 그 속에 담긴 지혜이며, 이런 것들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준비물로 매우 적격이다. 이를 잘 익혀 오늘의 모습에 맞게 재편해 낼 때 전통의 계승은 강요하지 않아도 이어진다.

오늘날 서구식 과학 논리에 의해 과거의 좋은 점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역사의 흐름과 전개는 커다란 굴곡의 리듬을 타고 전개된다고 볼 때, 주제와 내용은 반복된다. 단, 차이는 흐름의 주체인 인간 손에 쥐어진 것들이 다를 뿐이다.

인간에 쥐어진 도구는 시대적 산물일 수도 있고, 아니면 한시대의 문명 또는 문화의 일부일 수도 있다. 그리고 끊임없는 변화의 흐름은 자체적인 움직임에 의해서만 변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은 외부로부터 뜻하지 않은 만남을 통하여 기존의 것과 끊임없는 역사문화의 충격·흡수 과정을 통해 토착화되거나 도태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기존의 의미와는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 기존의 문화를 밀어내고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를 잡거나 기존의 것을 더욱 충실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전통’이라는 것이 형성돼, 오랜 시간을 지속적으로 전개 및 성장해 가는 것들이 쌓여 소위 ‘전통문화’라는 것을 만든다.

전통 문화 속에서 근본적인 인간의 삶의 모습은 衣食住行을 담고 있는 살림집에 가장 많이 표현돼 있다. 특히 살림집에 나타난 지혜는 내일을 살아갈 우리들에게 여러 면에서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지혜라는 측면은 오늘의 과학성이라는 면과 많은 부분 맥을 같이 하지만 과학과 지혜의 범주는 다르므로 우리는 과학의 범주를 우리에게 맞게 바꿔야 한다고 본다. 과학이든 지혜이든 간에 항상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로 오늘날의 한국인들은 침대 생활로, 입식 생활로, 고층화로, 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삶의 방식에 맞게 살림집도 인간 중심에서 바뀌어야 하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바뀌었을 때 이상적인 모습이 된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 변하지 않는 생활 중에 하나가 구들을 통한 난방법이다. 이런 구들이 정확히 언제부터 우리의 집에 보편적인 요소로 등장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바닥을 데우고 잠을 자는 것은 불변의 진리처럼 생각하고 있다.

구들은 아마도 모닥불을 지피면서 시작한 것이 방의 일부를 따뜻하게 하는 쪽구들을 만들고, 다음에 방 전체를 구들 시설을 하여 따뜻하게 하는 방법으로 변한것 같다. 이에 따라 난방의 재료는 동물의 배설물과 나무에서 연탄으로, 기름으로, 가스 등으로의 변화를 통해 우리의 삶의 공간과 형태를 많이 변화 시켰다. 이들 공간에서 살아가는 방법도 흙바닥에서, 침대에서, 방바닥으로 변화했고, 다시 지금은 침대로 올라가는 삶을 하고 있다. 이런 삶의 변화에 따른 실 공간이나 형태의 변화는 살림집 이외의 기타 건물도 같은 과정을 겪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것이 하나의 문화를 형성해 한 시대, 한 지역, 한 민족, 한 국가의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오늘, 구들을 살펴보는 것은 나무를 때어 구들을 놓자는 것은 아니다. 구들이 지닌 지혜를 배우자는 것이다. 구들은 윗목부터 따뜻해지기 시작하여 아랫목까지 따뜻해져 실내의 윗목과 아랫목의 공기의 흐름을 유도하고 있다. 오늘의 살림집은 나무를 때지 않고 온수 보일러 관을 이용한 난방방법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창문을 닫고 살림집에서 한참을 있으면 공기는 정지된 상태가 돼 집안은 건조해져 감기에 걸리거나 기관지가 상하게 된다. 정지된 상태의 공기를 마시며 살 것인지 흐르고 있는 공기를 마실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으로 남게 됐다.

정연상 (건축과 건축역사연구실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