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선진국에서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소비하는 물품은 약 1만가지라고 한다. 현대인들은 전기로 작동되는 빵 써는 기계며 열쇠구멍을 비추는 손전등과 같이 실용성과는 무관한 비곗살 소비를 하고있다. 저항하던 세대가 이제는 무섭게 소비하는 세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서구 선진국가에서는 물질주의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의 새로운 기대로서 ‘소박함’이라는 가치가 떠오르고 있다. 이제 삶의 목표는 최소주의와 포기의 생활습관이며 물질적 충족보다는 자연·시간·공간·여유·환경 등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이 책은 독일에서의 ‘소박함’이라는 트렌드를 분석, 소박한 삶을 선택하고 오히려 마음의 안정을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와 수기를 통해 들려준다. 이를 통해 저자는 단순히 돈을 아끼라며 돈의 가치에 반기를 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이 시대의 화두인 느림이나 환경문제와 연관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준다.

이 책에 의하면 우리가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하여 삶의 공간마저 황폐화시킨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한 절약, 즉 스스로 판단하고 독립적으로 선택하여 지출하는 ‘자발적인 검소함’을 실천하는 일이다. 우리는 무분별한 과잉소비가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에 기인한 이 구두쇠 문화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도‘소박함’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하는 대학생과 카드신용불량자가 늘어간다는 이 시대에 과연 내가 이것을 산다고 행복해질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직도 아끼는 일을 유별나게 보는 풍토 속에서 “욕구를 하향 조정하라, 일해서 많은 물건을 사야겠다는 목표설정을 버려라” 등의 조언들은 다소 현실성이 없어 큰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 보인다. 그럼에도 부자가 되는 방법을 소개하거나 성공하라고 외치는 많은 책들 중에 ‘소박함’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내건 느림의 미학이 담긴 이 책은 충분히 주목받을 필요가 있다.  

(여성신문사 ,8000원)
레기네 슈나이더 지음, 조원규 옮김

조은정 기자 ejcho@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