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전통산림집에 표현된 사람의 지해1' 에서는 구들을 통한 난방방법이 실내의 윗목과 아랫목의 공기 흐름을 유도해 합리적인 건축양식임을 이야기했다.

==== 순서 =========================
① 건축과 전통
② 의상과 전통
③ 음식과 전통
④ 의학과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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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흐름의 원리는 전통 주거의 대청에서도 살펴 볼 수 있으며, 온돌과의 차이는 난방 속의 흐름이 아니라 냉방 속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살림집의 마당은 백토를 깔고, 뒤뜰은 화계를 꾸며 대청에서 공기의 흐름을 유도한다. 따라서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시원한 미풍이 불어 더운 여름날 낮잠을 즐기기에는 적격인 환경을 만들어 낸다. 이런 점은 자연의 원리를 집 속에 끌어들인 것이다. 오늘날에는 마당에 나무를 심은 결과 집안이 어두워져 조명을 설치하는 이중의 경비를 낭비하는 현상을 낳고 있다.

실 구성의 지혜는 구들이 놓여 있는 안방의 천장 높이와 대청 마루의 높이가 다르게 하여,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생활방식에 맞게 처리한 점이다. 오늘날 살림집은 안방이나 거실 및 기타 실의 천장 높이를 일정하게 처리해 공기의 흐름 및 인간의 기 흐름과는 무관하게 처리했다. 이는 과거의 지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앉아서 생활하는 곳은 서서 생활하는 곳에 비해 천장의 높이가 낮아야 인간의 몸에서 발산하는 기가 원활히 흐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지혜의 원리를 이용하지 못하고 경제적, 과학적 문명의 이기만을 쫓아 인간생태와는 무관하게 처리한 점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을 피폐해지게 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빛의 이용이 있다. 전통건축물은 멋이라 하면 대부분 처마 선을 거론하는데, 외형적인 멋 외에 숨겨진 원리를 보면 놀랄 것이다. 우리는 삶 속에서 빛은 순화된 빛, 간접조명을 선호하였으며, 이런 순화된 은은한 빛은 길게 뻗어난 처마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이런 빛은 인성의 발달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태양에서 이글거리며 쏟아지는 빛은 하얀 백토마당에 반사되어 처마밑 내부공간과 대청의 천장까지 비춘다. 이런 빛은 창호의 한지를 통하여 더욱더 부드러운 빛으로 바뀌어 실내공간을 더욱 훈훈하고 넉넉하게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은 요소들은 전통 살림집에는 수도 없이 많으며, 위의 예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각각의 시대가 갖고 있는 사회문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조형원리가 건축물에 반영되어 그 시대의 전통건축을 만든다. 이런 다양한 요소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건축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즉 과거의 모습 그 자체에만 얽매이지 않고 어떻게 삶을 디자인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을 하고 관심을 기울일 때 보인다. 과거에 지어진 집에서 사람들은 삶을 어떻게 디자인하였는가에 대하여 관심을 두고 관찰하여 선조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이런 지혜는 존재의 주체인 나, 인간으로부터 시작한다. 인간 중심이라는 것은 개인주의적 사고가 아니라 주변과의 관계, 인간과의 관계, 건물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고려돼야 한다. 과거 속의 선조들은 순간적으로 퇴보하는 오늘날의 과학 정신이 아닌 지혜를 통하여 자기의 본성을 구현해 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과거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정연상 박사과정 (건축과 건축역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