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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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거울에 비친 세기의 자살자들
(한숲, 12000원)
프리드리히 바이센슈타이너 지음, 신혜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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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상에 안티 자살 사이트 또는 자살사이트가 수백 개에 달하고, 검색란에 자살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누구든지 쉽게 자살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에서 최근 안티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남녀가 동반자살을 한 사건은 그다지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는 하루 평균 17.7명, 연간 6천4백60명이라는 수치가 말해주듯 자살로 인해 사망하는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살이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사회적 현상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들은 7, 80년대에 비해 90년대 들어 자살자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 경제발전의 성과가 차별적으로 이뤄지면서 기대수준과 현실의 괴리감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역사적 인물들의 생애를 다루는 독일의 한 작가에 의해 세기의 자살자들을 다룬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치와 문화계의 유명한 인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모두 시대흐름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역사적인 측면이 있음을 주장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던 일곱 명의 작가, 예술가, 정치인들의 삶과 자살을 역사적, 전기적 접근방식에서 다루고 있다.

작품에 대한 사회의 몰이해와 까다롭고 괴팍한 정신적 성향 때문에 스스로 파멸의 길을 자초한 빈센트 반 고흐, 스스로 만들어 놓은 마초의 이미지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목숨을 끊은 어니스트 헤밍웨이, 제2차 세계대전이 독일의 패배로 끝나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살한 아돌프 히틀러 등은 모두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역사적으로 큰 획을 그었던 세기의 자살자들이다. 이를 통해 한 개인의 자살은 개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시대의 고백이자 저항임을, 그리고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개인적인 죽음 또한 사회적인 차원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