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민족국가를 단위로 한 한국학연구의 폐쇄성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들어 동아시아적 시각의 확보에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이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새로운 동아시아적 패러다임의 모색은 사회구조를 비롯해 사유체계와 문화 등 각 방면에서 입체적으로 고찰돼야 하므로 학제간의 벽을 허물고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동문화연구원(원장:임형택(한교) 교수, 이하:연구원)은 지난달 24일부터 양일간 ‘한국사회의 변동과 동아시아적 시각의 모색’이라는 대주제 아래 그동안 진행돼 온 학제간 연구를 정리, 학계에 보고하는 중점과제 학술발표회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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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학술발표회는 ‘한국 전통사회의 변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모색’이라는 주제를 발표와 토론을 통해 진지하게 논의했다.
학술대회 시작에 앞서 임형택 연구원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19세기의 한국 사회 변동의 실체와 사상과 문학의 역동적 측면이 조명되기를 기대한다”며 학술대회의 취지를 밝혔다.

역사적으로 고찰한 19세기 전통 사회의 모습
먼저 첫날은 역사분야에 대해 ‘전통사회의 운영원리와 변동에 대한 대응양식’이라는 주제로 경영관 33503 첨단강의실에서 회의가 개최됐다. 본교 임경석 연구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 회의는 역사적으로 조선후기의 동족마을과 재정구조, 戶의 구조 등을 통해 사회 전반의 운영원리를 조명하고 그 속에서 나타난 민중의식을 살펴보는 자리가 됐다.
‘조선후기 동족마을의 형성과 전개’를 발표한 연세대 오영교(사학)교수는 기존 연구가 정주의식이 고착된 삼남지역 사족들의 삶에 초점이 모아졌던 것과 달리 강원 영서지역 사례를 중심으로 동족마을 운영의 특성과 갈등, 이를 해결하는 장치에 대해 논의를 펼쳤다. 오교수는 “이번 논문은 가부장제적인 부계 친족체계 확립에 따른 동족마을 내의 양반조직과 문중의 활동에 대한 고찰에 주목했다”며 “앞으로 동족인과 비동족인의 관계를 비롯한 그들의 조직에 대해 더불어 살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원의 손병규 연구원은 ‘조선후기 재정구조와 지방재정운영’을 조명하며 종래의 연구성과가 수입과 지출, 중앙과 지방의 상호연관성을 총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고 지방재정 운영원리에 소홀했던 점을 지적했다. 손연구원은 조선후기 재정의 운영원리가 어떠한 지향점을 가지면서 19세기의 변동을 준비해왔는지 거시적 관점으로 살펴봤다.  
이외에도 △연구원의 김건태(사학) 연구교수가 ‘조선후기 戶의 구조와 戶政運營’을 △연구원의 하원호 연구원이 ‘양란이후 동아시아의 민중운동과 민중의식’을 △명지대 한명기(사학)교수가 ‘병자호란 패전의 정치·사회적 파장’에 대한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문학과 철학으로 재조명한 조선후기 변동사
다음날은 문학과 철학 분야에 대해 ‘중세적 인식론의 변환과 새로운 담론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퇴계인문관  31406 첨단강의실에서 회의가 진행됐다. 연구원의 한영규 연구원이 사회를 본 이날 회의는 먼저 본교 진재교(한교) 교수가 다산 정약용의 강진 유배시절 제자인 황상과 다산학 형성과정을 조명한 ‘다산학의 형성과 치원 황상’에 대한 발표로 시작됐다. 한교수는 “황상은 다산의 시적 성취를 십분 계승했을 뿐 아니라 황상 특유의 성취까지도 이뤄냈다”며 “시적 수법에서 다산과는 다른 미감과 정서를 보임은 물론 소재 면에서도 민중의 참상에 관심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조선후기 통신사행의 대일인식’에 대해서는 서울대 규장각 김문식 학예사가 조선후기 대일교섭의 추이를 개관하고 일본의 집정자 및 문물에 대한 통신사행의 인식을 검토했다. 김교수는 대일교섭을 탐색기와 정상적 교섭기, 쇠퇴기로 나눠 각각의 시대적 흐름을 분석해 초기 정치적 선전효과를 추구하던 경향이 18세기 후반 이후 실리를 추구하는 경향으로 변모한 입장을 설명했다.  
한편 연구원의 고미숙 연구원은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의 차이를 분석한 ‘조선후기 비평담론의 두 가지 흐름’논문을 발표했다. 고연구원은 “두 인물이 중세적 체제의 모순에 대해 비판한 점이나 조선의 주체성을 자각한 점에서 비슷한 평가를 받아왔으나 이것은 둘의 차이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것”이라며 문체반정을 둘러싼 배치와 표현방법 및 인식론적 첩점들에 따른 차이를 밝혀냈다.
이외에도 △연구원의 류준필 연구원이 ‘19세기 文 관념의 한 국면’에 대해 △호서대 이현구(철학) 겸임교수가 ‘최한기 사상의 인식론적 의의’에 대해 △한양대 정민(국문) 교수가 ‘항해 홍길주의 독서론과 작문론’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조선후기를 다각도로 조명한 연구들을 통해 한국 전통사회의 변동을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시도였다. 또한 본교 중점연구기관으로서 학제간의 벽을 허물고 활발히 연구를 수행해온 연구원의 그간 연구성과까지 살펴볼 수 있어 더욱 의미있는 자리였다.
조은정 기자 ejcho@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