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학회는 학문연구의 선두 인력들이 함께 모여 연구활동을 하는 곳으로 우리학문의 기틀이 만들어질 때부터 시작해, 현재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음하기 위한 움직임에서도 큰 공헌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학회는 학문분야별로 세분화되어 있음은 물론, 동일한 분야 내에서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내용에 따라 또한 세분화돼 있다. 그리하여 한국학술진흥재단(이사장:주자문)에 등록된 학회만해도 이미 1천여개가 넘는다.
그런데 이제 양적 팽창을 이뤄낸 우리 학회들은 지식과 정보가 급변하는 이 시대에, 학술활동의 최전선에서 발빠르게 대응하며 학계의 흐름을 이끌어 가고 있을까? 활동상황을 ‘보여주기’식으로 명단에 이름만 등록한 후 소극적인 활동으로 일관하는 무관심한 회원들이 대부분인 학회도 다수 있지 않을까?

학술활동의 선두에 선 학회
대학은 가장 본질적으로 진리탐구를 하는 곳이라 일컬어진다. 새로운 학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논의돼야 하는 곳이 바로 대학이며, 이러한 점에서 학회는 대학가의 학문활동에서 매우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손동현(철학) 교수는 “학회는 학문연구의 선두에 서는 교수들을 주축으로, 함께 모여 연구활동을 하는 곳”이라며 “학회의 동향과 연구활동만 살펴봐도 국내학문의 흐름까지 짚어낼 수 있는 척도가 된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학회는 강사나 교수들, 전공 대학원생이 연합해 공동의 연구를 하거나, 연구의 지원을 받으며 정기적으로 학술발표회와 총회 등을 여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강연회 개최나 일반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들을 마련하여 학회의 연구내용을 사회에 알리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본교에서만을 살펴보더라도 한 주에 1회가 넘는 학술대회나 강연회가 열린다. 이를 볼 때, 국내 학회는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국내학회의 어려움
그러나 자세히 들어가 살펴보면, 이름뿐인 학회가 많거나 사정이 어려운 학회도 많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회장:이병창, 이하:한철연) 운영위원장인 건국대 김성민(철학) 교수는 “교수들의 활동영역을 나타내기 위해 이름만 올려놓고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 학회나 단지 교수들의 친목도모 정도로 운영되는 학회도 많다”며 “그래서 강사나 연구원들은 이에 반해 그들이 새로운 학회를 결성해 활발하게 활동하며, 많은 연구활동을 하고자 시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철연의 경우 기성 학계의 연구풍토와 학문적 성격을 비판하며 진보적이고 활동적인 학회를 운영코자 지난 1989년 새롭게 만들어진 학회이다.  
한편 자연과학 관련 학회들은 교수들이 교수 평가에 인정을 받는 학술지, 즉 SCI 등재 잡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을 선호해 사정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과학기술논문색인(SCI, Science Citation Index)은 미국의 과학정보연구원이 과학기술분야 학술잡지에 게재된 논문의 색인을 수록한 데이터베이스로서 자체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논문 심사를 한다. 문제는 대학에서 교수의 업적 평가시 국내의 학술지보다도 국외의 SCI에 수록된 논문을 더욱 높이 평가한다는 데 있다. 이것은 과학기술부(장관:채영복)와 한국과학재단(이사장:김정덕) 등에서 국내 학회 및 학술지의 발전을 위해 그간 노력을 한 것에 반대되는 현상이다. 이와 관련 지옥표(약학) 교수는 “결국 교수의 업적 평가가 우리나라 학술활동을 위한 토착학회의 발전을 가로 막은 결과를 초래했음은 물론 학문의 해외 의존성을 심화 시키고 자주적인 학문의 발전을 요원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자기반성을 통해 학회활동
더욱 활성화해야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들을 타개하고 국내외 학문연구 흐름을 주도하며 활동적인 학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한가. 국내 학술지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일반인들과 적극적으로 호환하며 학회를 운영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국물리학회(회장:송희성) 김영태 총무담당 실무이사는 “마치 큰 학회의 분과회 정도의 규모인, 세부적으로 나뉘어진 학회를 비슷한 부류끼리 연합해 학회의 국제적인 힘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대부분의 국내 학회가 회원의 대상을 전공 대학원생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일반인에게 점차 확대하여 학문을 알릴 뿐 아니라 후학들에게 길을 만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내의 학회들은 스스로 자기반성을 하며 다양한 활동들을 계획하고, 정보화와 세계화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학회의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국제학회들과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학회의 움직임들이 더욱 활성화돼 우리의 학회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을 배출하기를 기대해본다.      

조은정 기자 ejcho@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