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아직도 자연은 인간에게 경외의 대상일까? 얼마 전 태풍 ‘루사’때문에 전국이 큰 피해를 입었다. 만약 태풍을 인간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다면, 즉 우리 의식이 자연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이 선뜻 동의하기 힘든 생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에모토 마사루는 『물은 답을 알고있다』를 통해 물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와 인간의식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 의하면, 물이 정보를 기억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저자는‘눈의 결정은 각각 다르다’는 사실에 착안해서 물 결정을 찍으려는 시도를 하게된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결국 물 결정사진을 찍어냈다. 그리하여 물이 글씨나 사람의 말, 심지어 음악이나 사진에까지도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저자는 워드로 친 글씨를 컵에 붙여서 보여준 물을 얼려, 결정사진을 찍었다. 놀랍게도 물은 사랑과 감사라고 쓴 글에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결정을, 상처를 주는 욕설을 쓴 글에는 일그러진 형태를 보였다. 또한 아이들에게 물을 담은 두 개의 컵에 각각 좋은 말과 나쁜 말을 매일 하게 했을 때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중국철학에서는 예로부터 물의 존재를 특별하게 생각했다. 가령 도가의 ‘상선약수’, 공자의 ‘물은 덕과 같다’라는 말은 그것을 잘 드러내 준다. 그들은 물을 연구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을, 덕을 알려고 노력했고 물을 하나의 무기물로 보기보다는 만물의 기본적인 은유체로 인식했다. 그래서인지 같은 문화권의 저자는 말과 글씨, 음악으로 대변되는 의식에 의해 물이 변화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 국한되지 않고, 그 사실이 ‘인간의 의식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고 말한다.
현대인들은 말을 너무 쉽게 내뱉는다. 그리고 좋은 말, 나쁜 말들을 별 감흥없이 받아들인다. 이런 우리와는 대조적으로 욕설에 보이는 물의 반응은 격렬하다. 이 책의 상처받은 듯한 물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욕설에 무감한 현대인들의 모습에 왠지 섬뜩해진다. 아마 말도 하지 못하는 물이 이렇게 괴로워할 정도로 나쁜 것인 욕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어서인 것 같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너무 확대해석이 아닌가 싶은 부분이 있기도 하다. 물이 변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서 의식에 따라 모든 세계가 움직인다는 주장을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하지만 물 결정 사진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사진이야말로 의식과 물의 관계를 확실히 증명해주는 자료이며,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들을 보고 사람의 의식이 주변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참하는 사람이 늘어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세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되지 않을까.

임진아 기자 kredo@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