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나는 사회학입문을 가르친다. 벌써 9년째다. 강의가 열릴 3월 즈음이 되면 설렌다. 어떤 학생들이 들어올까? 내게 무엇을 기대할까? 올해 새롭게 조망해야 할 사회 이슈는 무엇인가? 학기 말에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하나 있다. 대학생활에 대한 자전적 에세이다. 주제는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어떤 긴장과 갈등을 경험했는가’이다. 

사실 나만의 이 전통은 내 지도교수로부터 배운 것이다. 석사과정 당시 지도교수였던 서울대 한상진 명예교수는 80년대를 시작으로 10년간 사회학개론 수업에서 같은 보고서를 요구했다. 공교롭게 내 학생들의 부모들이다. 영화 ‘1987’에서 거리를 점거하고 민주화를 요구했던 그 시민들이다. 그들이 서른 즈음일 때는 386(80년대에 대학을 다닌 60년대 생)으로, 쉰 즈음인 지금은 586으로 부른다.

최근 2012~2015년까지의 보고서 350개를 분석하여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모두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학생들로 1학년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학생들은 인문, 사회, 경제, 경영, 예술 등을 중심으로 비교적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다. 주요 발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학생들은 교육 현장과 일상생활에서 당면하는 다양한 부조리에 비판적이었다. 불편한 학사행정, 팀플 과정에서의 무임승차와 집단 따돌림, 부모님의 권위의식 등이 도마에 올랐다. 교육제도와 대학 입학전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자신들은 ‘생존주의 세대’이지만, 취업과 성공을 향한 강한 열망은 경제 불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며, 이를 이기적이라 부를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사회에 대해 공감할 여유가 없고, 자기계발과 성공에 몰입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자연스러운 20대의 정체성이다. 반면, 이러한 ‘생존주의적’ 태도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생존이 최상의 가치가 됨에 따라 자아 성찰의 여지는 적고, 대입과 취업을 위해 기계적인 삶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안위 이외에는 무관심하고 배우려는 의지조차 없는 현실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은 중요한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와 언론의 권위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참여의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참여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자학’하는 모습, 참여자에 대해 경외감을 표시하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더 이상 생각뿐인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시선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성대생들의 경험과 고민은 한국의 20대를 이해하는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때 지배적이었던 ‘88만 원 세대’ ‘삼포세대’ ‘N포 세대’의 프레임으로는 젊은 세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교훈을 던진다. 이들은 2014년 세월호 사건과 2017년 촛불 혁명을 거치면서 참여의 가치에 눈 뜨기 시작했고, 지지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당당히 문제제기하는 세대이다. 투기로 몰아간 비트코인 정책, 상명하복식 남북 단일팀 구성, 미온적인 미투 운동 대응, 이 모두 당당히 문제제기 해야 할 대상이 된다. 3월 5일 첫 수업에서 학생들이 좀 더 특별해 보일 것 같다. 당당한 눈망울, 따뜻한 품격, 관용의 몸짓, 이런 것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더 열심히 가르치자. 

구정우 교수사회학과
구정우 교수
사회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