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동헌 편집장 (kaaangs10@skkuw.com)

상황 하나. 지난해 12월 17일 이대목동병원 대회의실. 이대목동병원 경영진이 머리 숙여 사의를 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 해당 병원에서 숨진 신생아 4명의 사인이 병원 내 균에 감염 후, 패혈증으로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진 5명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됐다.

상황 둘. 지난달 19일 종로구의 한 스튜디오. 이윤택 연극연출가는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 연출가와 함께 일했던 연출가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연출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추가 피해자가 여럿 등장했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연출가에게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일었다.

일련의 두 사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신생아 사망 사건의 경우 의료시스템에서의 결함과 의료진의 실수가 얽혀 4명의 안타까운 생명이 잃었고, 이윤택 연극연출가는 연극계에서의 권위를 이용해 후배 연출가를 성폭행했다. 다만 두 기자회견에서 한 가지 대목이 걸린다. “신생아가 사망에 이를 줄은 생각지 못했다”, “관행상 해온 것이라 큰 잘못인지 몰랐다”. 물론 신생아 사망의 경우 의료진에 대한 과도한 업무 과중, 병원 의료시스템 등 의료진의 과실을 탓으로만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이 연출가의 성추문 사건 역시 연극계의 폐단과 도제식 시스템이 일조했다.

하지만 이들은 정말 본인의 과실에 대해 무지했던 것일까. 아니면 기자회견을 열 상황에 이르기까지 사건이 악화될 줄은 몰랐던 것일까. 우리의 삶은 예측불허의 연속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기도 한다. 목동병원 의료진은 ‘진실되게’ 신생아 4명이 모두 사망에 이를 거라고 실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연출가 역시 ‘정말로’ 피해자 당사자들이 느꼈을 수치감과 분노에 대해 실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핵심은 개구리가 죽은 게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돌을 던져서’여야 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손끝이 미칠 영향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인재다. 인천 영흥도의 낚싯배 전복 사건에서 충북 제천의 사우나 화재,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건까지. 해당 사건 관계자는 “그럴 줄 몰랐다”고 피하지만 피해 당사자는 이미 생을 마감했다. “관례상 해온 것”이라 넘기기엔 피해자가 받은 상처는 평생 간다. 안타깝게도 한 사람의 무지했던 손끝에서 울리는 파장은 너무 크다. “그렇게 될 줄 알았다”면 모두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그럴 줄 몰라도 되기엔 사회는 너무나도 연결되어 있다. 내가 지금 움직인 손끝이 어떤 영향을 만들지 정확하게 재단하기 힘들다. 그만큼 신중한 움직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 되는 시대다. 지금 펜을 쥐고 있는 손끝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