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테라피, 선택이 모여 의미가 되다
로고테라피, 선택이 모여 의미가 되다
  • 채진아 기자
  • 승인 2018.03.05 21:40
  • 호수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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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

죽음의 수용소에서 
시작된 의미 치료
상황이 개인을 규정하는 
절망 속에서 벗어나야

 

죽음의 문턱에서 통찰을 얻다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5월 20일, 독일의 나치스와 히틀러는 폴란드 크라쿠프 외곽 지역인 아우슈비츠에 수용소를 설립했다. 자신들에게 저항하는 모든 이를 수용하기 위해 만든 이곳에 1940년 6월 14일 폴란드 정치범들을 시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수용되기 시작했다. 빈 의과대학 출신 정신과 전문의였던 빅터 프랑클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1944년 10월 19일, 유대인 빅터 프랑클은 ‘죽음의 수용소’라고 불리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돼 의사가 아닌 수감자 신분으로 강제 노역을 하게 된다. 이곳에서 그는 그동안 의사로서 연구해 온 심리학, 정신의학과 관련된 모든 원고들을 압수당하지 않으려 숨겨뒀다가 분실하고, 모든 연구를 백지상태에서 시작하기로 한다. 오직 수용소 안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일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이론을 만들기로 결심하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까지 프로이트, 아들러와 함께 빈의 3대 정신의학 이론으로 평가받는 ‘로고테라피(Logotherapy)’의 시작이었다. 수용소 생활을 거치며 그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육체적으로 강한 사람만이 반드시 살아남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살아남느냐의 여부는 당사자의 내적인 힘, 즉 아우슈비츠와 같은 끔찍한 경험을 개인의 생존에 이용할 수 있는 능력에 좌우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로고테라피의 창시자 빅터 프랑클
로고테라피의 창시자 빅터 프랑클


누구나 의미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로고테라피는 그리스어로 의미를 뜻하는 단어 ‘Logos’에서 유래했다. 한국로고테라피연구소 김미라 소장은 로고테라피를 “인간 존재의 의미와 그 의미를 찾아나가는 의지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라고 소개한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전통이나 종교적 관습이 인간의 삶을 결정짓지 않는다. 그 결과 개인은 뚜렷한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한 채 허무감에 빠지는데, 이를 ‘실존적 공허’라고 한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과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가 48개 대학 7,948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내 삶의 목표와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78%에 달했다. 빅터 프랑클은 이러한 실존적 공허가 개인의 삶에서 △가치의 상실 △강박과 불안 △우울증 △인간관계의 위기 △직업적 정체성의 위기 등 현대사회에 만연한 여러 정신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같이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으며 생존했듯, 우울과 좌절이 만연한 현대사회에서도 각자마다 삶의 의미는 반드시 존재하며 이를 일깨워야 한다는 것이 로고테라피 이론의 핵심이다.

 

내면의 태양을 발견하라
김 소장은 실존적 공허가 만연한 삶 속에서 인간을 ‘영적인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 로고테라피의 시작이라고 소개한다. 이때 그는 ‘영적인 존재’라는 표현에 대해 정확히 의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보통 영적인 존재라고 하면 특정 종교와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로고테라피에서 말하는 ‘영’이란 인간 내면의 단 한 번도 아프거나 상처받지 않은 부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인간의 영을 태양에 비유한다. “태양이 구름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는 한낮 오후를 떠올려보라. 하지만 구름이 많이 낀 날이라고 해서 대낮에 손전등을 켜야 할 정도로 깜깜하지는 않다. 구름 너머에 여전히 빛이 존재하기 때문에 앞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내면의 상처와 고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이 간직하고 있는 밝은 빛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빛을 로고테라피에서는 ‘로고 힌트(logo hint)’라고 하며,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삶의 목적과 의미를 뜻한다. 로고테라피에서는 상처와 트라우마에 매몰된 개인이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김 소장은 “상담치료를 하다 보면 다양한 고통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들의 인생에서 반드시 최악의 상황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행복했던 순간이 반드시 존재하고, 로고테라피에서 상담가는 그것을 포착해 계속적으로 질문함으로써 그들이 스스로 그 상황을 묘사하고 되새기도록 돕는다”고 덧붙였다.

빅터 프라클의 경험담이 담긴 저서
빅터 프라클의 경험담이 담긴 저서

 

자극과 반응 사이의 자유
빅터 프랑클은 수용소에서 두 부류의 인간 유형을 목격하게 된다. 가혹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살아남기를 포기하며 좌절하는 유형과, 전쟁이 반드시 끝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남으려 노력하는 유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통해 “결국 그 수감자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되는지는 그 개인의 내적 선택 결과이지 수용소라는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라고 밝히고 있다. 로고테라피에서는 인간의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일정한 여백이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인간은 똑같은 자극에 대해 자유로운 판단을 거쳐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 또한 로고테라피에서 의미하는 자유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정할 수 있는 능력임을 강조한다. “선천적 장애 등과 같이 인간의 능력으로 바꿀 수 없는 환경에서 기인하는 고통은 분명 존재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상황이 바뀌지는 않지만, 상황을 바라보는 자신의 태도는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라며, 환경이 나를 규정짓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스스로 자기 존재의 의미를 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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