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한발 늦은 시작, 끈기로 메꿨어요”
 “남들보다 한발 늦은 시작, 끈기로 메꿨어요”
  • 김민주 기자
  • 승인 2018.03.05 22:01
  • 호수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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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불같은 존재예요.” 프로배구 한국전력 선수들은 김철수 감독을 ‘배구에 대한 열정으로 뜨겁게 타오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인터뷰 도중에도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배구와 팀을 향한 애정이 묻어나는 김철수 감독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 최하영 기자 chy1900@
사진 | 최하영 기자 chy1900@



















충분한 훈련, 흔들림 없는 자신감 심어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행동’할 때, 목표 이룰 수 있어

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
정말 우연이었어요. 신발을 사러 갔다가 배구계 관계자였던 신발가게 주인의 제안으로 하게 됐어요. 제 큰 키를 보고 제안을 하셨던 거죠. 그 계기로 백산중학교 배구부에 시험을 보고 들어가게 됐어요. 초등학생 때 취미로 육상과 핸드볼을 했지만, 제대로 운동을 배웠던 건 중학교 3학년 때 배구를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운동신경은 좋았지만 늦게 배구를 시작한 편이라 기본기부터 배우는 것이 힘들었어요. 게다가 선수를 목표로 운동을 하다 보니 심리적 부담감도 심했죠. 핸드볼과 육상을 했을 때는 느껴보지 못한 중압감이었어요. 저에게 배구는 ‘즐겁게’가 아니라 ‘잘’해야 했던 거죠.

학창시절의 배구선수 생활을 돌이켜보면.
키가 커서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공격수인 윙 스파이커 포지션을 하다가, 2~3학년 때는 높은 점프를 많이 하는 미들 블로커 포지션을 했어요. 처음 포지션이 변경됐을 때 쉽지만은 않았지만 기본기를 충실히 다진 덕분에 큰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어요. 당시 저는 수비도 잘 하는 선수였는데 기본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그때 기본기가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았죠.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운동선수로서 최고의 대학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생겼어요. 그만큼 살아남기 힘든 길이니까요. 선배들 중 시합을 뛰지 못하는 선수도 많았고, 선배들과 함께 뛰어도 제가 주장을 맡기도 했죠. 학년에 관계없이 실력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몇 배로 뛰었어요. 대학에 입학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운동에 집중하지 못하던 시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 포지션에서 다른 선수가 뛰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때부터 다시 정말 독하게 훈련했어요. 철저한 훈련이 없는 경기는 없다는 것을 절감한 계기였죠.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하나.
서브나 공격 하나하나가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경기에는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 얼마든지 있어요. 하지만 이럴 때마다 부담감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없어요. 편안한 상황에서는 누구든지 잘할 수 있으니까요. 동요하는 선수들이 많은 팀은 질 수밖에 없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역시 훈련이 답이에요. 훈련을 통해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때, 어떤 상황에서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요. 이건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여러분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일 거예요. 중요한 순간은 누구에게나 무수히 많으니까요. 

선수 시절, 어떤 선수가 되고 싶었나.
‘승부욕이 강하고 근성 있는 선수’라는 얘기를 가장 듣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지는 것과 대충 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어요. 운동이 아니라 다른 것을 할 때도 시작을 하면 끝을 봤고, 질 때 지더라도 ‘한 대는 때리는’ 성격이었어요. 그래서 운동을 할 때도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상 포기는 하지 않는 선수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죠. 프로 선수의 생활은 끊임없는 경쟁의 연속인데,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팀내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과 경쟁해야 했어요.

배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가.
저는 기본기와 희생이 배구의 팀플레이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공격수라고 공격만 하는 게 아니라 수비와 리시브도 안정적으로 해야 해요. 다 기본기가 탄탄해야 가능한 일이죠. 사람들은 흔히 점수를 내는 공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경기에서 1번은 리시브고, 2번은 공격수에게 공을 주는 토스로, 공격은 마지막이에요. 1번, 2번이 잘 되면 3번은 어떤 선수가 해도 되거든요. 또한 팀플레이가 생명인 배구에서 희생은 필수에요. 상대의 공격을 막고 주공격수를 도와야 하는 미들 블로커는 본인에게 공이 오지 않아도 열심히 뛰어야 해요. 화려한 득점으로 주목받지 못해도 묵묵히 본인의 자리를 지키는 이런 선수들이 있다면 어느 팀이든 쉽게 무너지지 않죠.

선수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처음에는 선수로서 경기에 출전함과 동시에 훈련할 때는 다른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플레이 코치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선수 은퇴 후 구단 측에서 코치 자리를 제의했고 ‘배구로 끝을 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코치 생활을 하게 됐죠. 지금 감독이 돼 돌이켜 보면 코치 생활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제가 코치로 있을 때 모셨던 네 분의 감독님들의 장단점을 통해 더 나은 감독이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더라고요. 제가 코치 생활을 하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감독이 돼서 시도해보기도 하고요. 또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면 1년 정도는 팀과 선수들을 파악하고 적응하는 데 시간을 들이지만 저는 그 시간에 다른 것들에 집중할 수 있었죠.

선수일 때 경기에 임하는 자세와 감독이 돼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선수일 때는 감독일 때만큼의 부담감은 없었어요. 선수들에게 경기란 그간 훈련했던 것을 평가받는 자리인 만큼 내가 훈련으로 습득한 것들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되니까요. 그에 비해 감독은 경기 전체를 봐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많아요. 경기를 뛰는 선수나 경기 자체만 보면 안 되거든요. 교체 투입할 선수들과 비디오 판독 시점 등 경기의 모든 것을 살펴야 해요. 또 선수들이 작전을 잘 수행하는지, 경기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계속 주목해요. 물론 선수들이 제가 지시한 대로 잘 따라도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지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노력해요. 그러면 승패와 관계없이 얻는 것은 분명 있거든요. 저는 경기의 결과와 내용 모두 감독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감독은 하나의 경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다음을 생각해야 하죠.

감독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선수 기용이다. 선수 기용은 어떻게 하려고 하나.
선수를 기용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건 훈련하는 모습이에요.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실력은 얼마나 올라왔는지, 승부욕은 얼마나 있는지가 눈에 보이거든요. 이번 시즌에는 기존 선수들의 부상으로 신인 선수들을 많이 기용했어요. 다른 선수들도 있었지만 훈련 상태를 보니 신인 선수들의 기량도 어느 정도 올라와 있었고 무엇보다 그들의 패기와 승부욕이 눈에 보였거든요.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어요. 신인 선수들의 장점은 겁이 없고 분위기를 타면 무섭게 타오른다는 점인데, 이런 점이 기존 선수들의 안정감과 잘 맞아떨어졌죠.   

사진 | 최하영 기자 chy1900@
사진 | 최하영 기자 chy1900@

경기 당일에 잘 안 풀리는 선수들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백업 선수들을 투입하는데, 그 이유는.

경기를 하다 보면 컨디션이 안 좋은 주전 선수들이 있는데, 그런 선수들은 밖에서 경기를 보게 하는 것도 괜찮아요. 전체적인 경기 흐름과 상대팀의 플레이를 보면 본인이 부족했던 점도 보고 상대의 패턴도 파악할 수 있어, 다시 들어가면 더 잘 하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또 자신의 자리에 다른 선수가 뛰고 있는 것을 보면 자극이 되기도 하죠. 팀 차원에서는 다양한 선수들을 기용하다 보니 팀에 변수가 생겨도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도 하고요. 물론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이 무조건 잘할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경기의 분위기는 바꿀 수 있어요. 배구는 3세트를 이겨야 이기는 종목이에요. 1세트를 졌다고 지는 게 아니니까, 분위기 반전으로 다음 세트를 보는 거죠. 
     
어떤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나.
‘변화하는’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가 다혈질적인 면이 있는데, 감독이 된 후로는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존경하는 선배가 저보고 ‘사기꾼’이 되라고 하셨거든요. 선수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힘들어해도 선수들 앞에서는 믿고 따를 수 있는 감독이 되라고요. 감독은 안 좋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선수들 중 반만이라도 저를 좋아하고 존경해 준다면 저는 성공한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요. 또한 이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목표를 가진다고 모두가 목표를 이루는 건 아니잖아요. 목표가 있다면 말로만 계획하지 않고 실천하고 행동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제가 운동을 하면서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힘든 길이라 견디지 못했던 거죠. 여러분은 무엇을 하더라도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봤으면 좋겠어요. 이에 그치지 않고 ‘잘’하는 사람이 되면 금상첨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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