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권정현 기자 (gjunghyun98@skkuw.com)

논문 공급 업체, 국내 학술 환경 개선 위한 구독료 인상 불가피
논문 구독 보이콧 진행한 대교협, 대학들 이탈로 아쉬움 남아


최근 논문 공급 업체의 구독료 인상으로 논문 계약 갈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논문 구독 계약 협상을 위임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컨소시엄(이하 대교협 컨소시엄)은 논문 공급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가격 인상률을 요구하자 보이콧을 진행했다. 그러나 업체들은 국내 학술 환경 및 콘텐츠 품질 개선을 이유로 구독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교협 컨소시엄과 논문 공급 업체의 협상 결렬로 우리 학교는 지난 1월 1일부터 △ScienceDirect(이하 SD) △DBpia △KISS의 자료 이용이 중단됐다. 현재 우리 학교는 보이콧 대상이었던 3개 업체와 모두 계약을 완료한 상태이지만, 일시적인 구독 중단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불편이 제기됐다. 우리 학교 한 익명의 조교는 “KISS에서 제공하는 논문을 무료로 열람하지 못해 논문을 쓰는 데 지장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논문 공급 업체 측은 △해외 업체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독가격 △국내 학술 생태계 개선 역할 △콘텐츠 품질 개선 노력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DBpia를 운영하는 ‘누리미디어’의 이현재 이사는 “국내 업체의 경우 해외 업체보다 구독료 인상 비율은 높지만 기본 구독 금액이 낮다. 실 증가 금액은 200~3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이사는 “SCI로 절대화된 교수평가 기준 때문에 연구자들이 국제 유명학술지 게재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해외로 빠져나가는 우수 학술지를 국내로 유입하기 위한 유인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학회에 저작권료 지급뿐 아니라 홈페이지 제작, 학술 행사 지원 등을 하고 있다”며 가격 인상의 이유를 덧붙였다. 또한 이용자들의 편의 증진을 위한 △검색 속도 개선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의 콘텐츠 품질 개선 노력도 가격 인상의 한 요인이다.

반면 대교협 컨소시엄 측은 △*오픈 액세스(이하 OA) 논문 이중금액 부과 문제 △인상률 책정 근거 부재 △대교협 컨소시엄 상호 협의 의지 부재로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업체들은 미리 지불한 구독료 중 OA 논문으로 변경된 부분에 대해 환불을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대교협 컨소시엄 측은 “이 부분에 대해 업체들의 논의 의지가 부족했다”며 세부적인 계획이 나오면 본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교협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동국대 학술정보관리팀 이창용 과장은 “업체들이 인상률에 반영하는 요인들은 정량적인 근거가 아닌 가치 판단의 영역이므로 업체 측의 일방적인 인상 요구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업체들은 대교협 컨소시엄과의 협의를 암묵적으로 거부했으며 대학과의 개별계약조건을 마련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장은 “업체들은 대학 도서관이 해당 자료에 대한 구독 선택권이 거의 없다는 현실을 알고서 영업적인 이득만을 위해 구독조건을 일방적으로 설정하고 강요하는 상황”이라며 “구독기관 입장에서는 보이콧이라는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해당 공급사들이 얼마나 불합리한 영업행위를 지속 중인지 피력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학교는 3개 업체와 모두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SD, DBpia, KISS는 각각 전년 대비 3.5%, 7.96%, 8.05% 가격이 인상됐다. 우리 학교 학술정보관(관장 현선해 교수ㆍ경영) 윤주영 과장은 “물가상승률은 2%인데, 국내 업체들은 10%에 가까운 인상률을 요구한다. 등록금이 동결되고 입학금도 단계적으로 폐지되는 상황에서 감당하기 힘든 인상률”이라고 말했다. 윤 과장은 “가격 인상률을 1%라도 내려야 다양한 자료를 구입할 수 있어 우리 학교도 3개 업체를 대상으로 구독 중단 결정을 내렸으나 가장 피해를 보게 되는 건 학생과 교수”라며 결국 업체들과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올해 도서관 자료구입비 예산이 줄었다”며 “대학 총결산액 대비 자료구입비 비율은 0.985%로 타 대학과 비교해서 낮은 편은 아니지만, 항상 도서관은 예산편성에 있어 우선순위가 밀리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우리 학교는 예산상의 한계로 인해 올해  △러닝365학습관 △코리아스칼라 △BankFocus △PressReader △Refworks의 구독을 중지했다.

지금과 같은 학술지 유통 시장 구조가 계속된다면 논문 구독료 인상 문제는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장은 “SD를 공급하는 ‘Elsevier’ 출판사의 경우 학계에서 인정받는 저널을 보유하고 있어 태생적으로 독점 구조다. DBpia, KISS 또한 국내 학회 콘텐츠에 대한 독점권을 계약해 유통하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윤 과장은 “이런 독점 구조 속에서 대학 도서관들은 ‘을’의 위치에 서게 된다”며 “매년 반복되는 구독료 인상으로 다음 해에도 올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 예견했다. 

이와 같은 현상을 타개할 방법으로는 한국연구재단의 OA 자료를 이용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있다. 이 과장은 “단순히 공급사들을 압박해 구독료를 동결 내지 인하하는 것은 소극적인 차원의 대처일 수밖에 없다”며 “문제가 되는 전자 자료들의 대체 자료를 확보하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학라이선스 사업의 혜택으로 전국의 모든 대학도서관이 구독 비용을 일부 절감 중에 있다”며 대학라이선스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오픈 액세스=현행 학술 시장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 중 하나로 전 세계 이용자가 무료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