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성균관대학교 신문으로부터 글을 써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내 연구 주제를 설명하는 글을 써볼까 하고 잠깐 생각했다. 내가 지금 하는 연구에 대한 글은 쓰기 쉽다. 이미 써둔 원고가 많으니까. 하지만 내 연구에 대한 글을 쓸 기회는 많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하고 연구를 시작하려는 학생들에게 무언가 작게라도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다. 

대부분의 우리 학교 학생들처럼 나는 중고등학교, 대학교 때 성실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 교수님 말씀을 열심히 들었고, 시험 기간에는 되도록 다른 학생보다 늦게까지 남아서 공부하려고 했고, 남들보다 1점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으면 내 노력이 보상받은 것 같아 기뻤다. 대학생 때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얼마나 더 노력하는 것인지였다. 

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해서 박사 학위를 받고,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을 때 당시 지도교수셨던 Ed Boyden 교수님은 종종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연구는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아. 그래서 산을 어떻게 오를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산을 오를지 잘 정하는 것이 아주 중요해”. 그때는 이 이야기가 그다지 강하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을 산에 오르는 것으로 비유하는 경우를 이미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좀 더 많은 연구를 한 후에 다시 돌이켜보니 정말 저 말처럼 연구를 잘 설명하는 말도 없는 것 같다. 

먼저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혹은 중요한 주제를 잡는 것이다. 주제를 잘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구를 처음 시작하기 위해서 주제를 잡을 때의 그 순간이 어쩌면 연구를 직접 하는 오랜 시간보다 훨씬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연구하다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단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처음 상상하지 못했던 엄청나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흔치 않다. 대부분의 경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면 그건 나쁜 결과일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연구 주제 정할 때, 이 연구가 100% 달성된다면 어느 정도 중요한 일인지 상상해보면 이 연구가 얼마만큼 중요한 혹은 좋은 연구인지 좀 더 쉽게 판단이 된다. 연구는 대개 처음 생각했던 목표보다 낮게 달성되게 된다. 따라서 처음 목표를 높게 잡아 100% 달성되었을 때 아주 훌륭한 연구 주제여야 50%만 달성되더라도 좋은 연구가 될 수 있다.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는 노력의 방향이 정해졌다. 정해진 책, 정해진 시험 범위 내에서 노력하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을 통해 성공을 쌓아온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학교를 벗어나면 그 성공의 법칙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나는 이제 졸업하고 연구를 시작하려는 학생들에게 연구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그 연구 주제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연구가 계획대로 잘 되었을 때 얼마나 사회적 혹은 산업적 가치가 클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말하고 싶다.

장재범(글로벌바이오메카트로닉스공학과)
장재범(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