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 문성묵 센터장

기자명 박수진 기자 (sallysjpark@skkuw.com)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결성으로 얼어붙은 한반도에 평화의 새싹이 돋아날 수 있을까.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 문성묵 센터장을 만나 남북단일팀 결성 배경을 정치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단일팀을 중심으로 남북관계에 어떤 변화가 찾아왔는지 들어봤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 
국제사회의 제재가 일조해
현재 남북관계,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어

 

이번 남북단일팀 결성 이전 남북관계는 어떤 상태였나.
남북은 지난 진보 정권 당시 2번의 정상회담과 정권교체 이후에도 이어진 남북군사회담 등 군사, 정치 및 여러 분야에서 대화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아 회담에 따른 남북관계의 특별한 진전은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이 마감 단계에 있다며 국제 사회의 제재에도 굴복하지 않고 핵·미사일 개발을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9월에 6차 핵실험을 진행하고 11월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는 등 국제 사회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데 일조했다. 북한의 도발에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남북관계가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남한 정권이 평화올림픽과 남북단일팀을 외쳐야만 했던 당위와 구체적인 움직임은 무엇이 있었나.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시작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했다. 지금의 한반도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인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안보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다.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는 제재 제외 대상인 문화와 스포츠를 비롯한 비정치적·비군사적 분야에서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의 기회를 확대하려고 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올림픽 이전 지난해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장웅 북한 IOC 위원에게 남북단일팀을 제안하고 베를린에서 평화구상도 발표하며 북한에 고위급 남북회담을 제의하는 등 평창올림픽을 남북한의 전 방위적인 교류 및 협력으로 확대하기 위해 물심양면 노력했다. 

남한 측 제의에 대해 북한 측은 어떤 이유에서 즉답하지 않았나. 또 6개월이 지난 후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게 된 이유는.
지난해 연말까지 북한은 올림픽 참가 관련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핵 무력이 완성되자 여유가 생긴 북한은 국제사회가 그동안 요구했던 평화적인 활동에 동참하면서 생색을 내보자는 차원에서 평창올림픽 참가를 결정한 것 같다. 평창올림픽 참가 결정은 핵 무력 완성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봤을 때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인해 현재 김 위원장의 여의치 않은 상황도 작용한 것이다. 북한이 핵 무력을 발전시키는 동안 국제사회는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활동에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제재를 가해왔다.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광물, 철광석, 석탄을 비롯한 해산물, 가공제품 등의 수출을 제한하고, 국외 근로자들을 통한 송금도 줄이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결정적으로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유류공급을 제한하자 북한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핵 무력을 통해 독재를 이어가려던 김 위원장은 강화된 국제사회의 압박에 불안감을 느끼고 평창올림픽 및 남북 대화를 통해 그 돌파구를 찾으려 한 것 같다. 

이번 남북단일팀 효과는 무엇이 있나.
우선 가시적으로 봤을 때 남북단일팀이 평창올림픽을 평화적으로 개최하는 데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북한을 염려해 올림픽에 선수들을 보낼 수 있을지 걱정했던 만큼, 대회 중에 북한이 무력적으로 도발했다면 상황이 매우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단일팀 참가를 확정했고, 최종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평화적으로 끝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남북단일팀을 계기로 남북은 이번 달 말 정상회담을 합의하는 등 대화와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남북단일팀은 남북 선수들이 단일팀을 이뤄 함께 경기한 것만으로도 작지만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모멘텀의 역할을 한 것이다. 남북단일팀이 전반적인 남북관계에 미친 영향을 비롯해 이런 교류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남북 간의 대화가 끊기지 않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지속적인 남북 교류를 위해 어떤 관점이 고수돼야 하는가.
 남북관계에 있어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북한이 남북 교류를 하나의 도구로만 활용하고 보여주기식 일회성 이벤트로 여긴다면 이는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교류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북한과의 교류에 있어 남한의 일관된 원칙은 북한의 비핵화여야 한다. 핵을 가진 채로 평화를 논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북한에 지속해서 강조해야 한다. 물론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교류를 단절하라는 뜻은 아니다. 교류와 대화의 끈은 유지하되, 궁극적으로는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대화와 교류도 하고 경제적인 이익도 얻으려고 하지만 남한은 이에 대해 확실하게 안 된다고 표현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이후 남북관계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반도의 모든 안보 사항은 현실적으로 남북한 둘이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의 한반도운전자론에 따르면 남한이 운전하는 한반도라는 자동차에 북한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여러 국가가 자리하고 있다. 남한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들에게 의견을 묻되, 누구에게 끌려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한반도의 운명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처럼 남한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고 북한에 회담을 제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그와 동시에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주변국 간의 공조를 활용했다. 미국은 현재 모든 과정이 북한의 비핵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 대화와 교류를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다. 미국의 공조와 함께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의 지지가 결국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 측의 입장처럼 지금은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남북 첫 회담 이후 남북이 대화를 시작한 지 두 달에 불과하다. 정상 회담이 3월 말에 예정돼 있지만, 이것 또한 아직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아무리 북한 측이 남북 대화 기간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겠다 선언해도 수세에 몰리면 태도가 급변하는 북한의 입장을 무조건 신뢰하기 어렵다. 다만 이제 그들이 행동으로 실천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남북관계가 현재는 외형적으로 발전한 것처럼 보인다. 남북대화도 했고, 사람들이 다녀가고, 친서도 교환하는 등 외형적으로 바라보면 남북관계가 과거보다 발전한 것 같지만 아직 봄이 왔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아직은 더 신중하게 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 박태호 기자 zx1619@
사진 | 박태호 기자 zx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