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대학생들을 보면서 부러움과 질투심을 느꼈다. 항상 누군가의 시선이 걱정됐고, 생각이 담긴 긴 글은 여유 있는 사색 뒤에 나오는 사치 같은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감정과 상념들에 눈을 맞추는 것이 거울 앞에 알몸으로 서는 것처럼 부끄럽고 어려웠다.

대학은 아직은 내 인생 통틀어 가장 관대한 공간이다. 무슨 수업을 들을지, 공부는 얼마나 할 것인지에 대한 간섭은 물론이며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반응이 어느 때보다 덜하다. 여전히 모두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나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타인이 생각보다 많다. 그 덕분에 우리는 생각을 보다 편하게 공유할 수 있고, 서로의 다양함을 알아가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좀 더 자주 가질 수 있다. 다르게 보면 개인주의, 무관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덤덤함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이 분위기에 매료된 나는 동경해왔던 ‘표현’을 조금씩 시작했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간지러운 말들로 고마움을 전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미술 작품에 대한 감상평을 SNS에 써서 올리기도 했다. 겪었던 차별이나 폭력에 대한 슬픔과 분노, 무력감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거나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밖으로 꺼내어 표현한 것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현은 곧 앎으로 이어진다. 내 생각을 표현하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두려움과 강인함에 관해 알게 되면, 그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자연스럽게 커진다. ‘나는 왜 이럴까’에서 파생되는 대부분의 우울함에도 조금은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 또 표현하면, 주변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과 경험을 가졌던 사람들을 알게 된다. 그런 사람들의 말에서 오는 공감과 동질감은 자신에 대한 큰 위로가 된다. 그리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는 자꾸만 좋은 것을 공유하게 된다. 그렇게 멋진 사람들을 만나 서로에게 한 발짝 다가서고, 성장하고, 소소한 탄산이 일상에 들어선다. 또 공허함이 들 때, 삶의 의미를 찾게 될 때, 사유하고 표현했던 흔적들은 내 안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느끼게 해줄 것이다.

나도 표현하고는 싶은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면. 음악, 그림, 영화 이 세 가지 분야의 짧은 감상평만으로도 시간을 내어 밥 한번 먹게 되는 그런 친구가 분명 생길 것이다. 나만 해도 내 주변의 그런 친구들을 볼 때마다 ‘우리 밥 한 끼 하자’ 하고 싶어지더라. ‘내가 이런 글을 쓰면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이건 너무 오글거리나’ 하는 고민을 안고 있는 동기와 선배들, 청소년에서 성인이 된 새내기 친구들이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고 기록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과도한 보정이나 거짓으로 얼룩진 ‘보여주기식 삶’이 아닌, 아름다운 것들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김선진(신방 17)
김선진(신방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