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2002년도부터 강의를 시작했으니 교육자로 지내온 세월이 벌써 16년째다. 16년째 같은 고민을 반복한다. 좋은 교육이란 과연 무엇일까? 아직도 고민 중이고 교육자로 존재하는 이상 계속 고민하게 될 것 같다. 좋은 교육에 대한 답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겠지만 근래에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고 그것을 통해 교육에 대한 소중한 깨달음을 하나 얻었기에 이 기회를 통해 다른 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필자는 삶의 목적을 찾으려 방황하다 보니 학업 기간도 길어졌고 결혼도 늦어졌으며 그만큼 아이도 늦게 낳았다. 40세에 낳은 큰딸이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서울의 27층 아파트에서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삶을 이어가던 우리 가족은 둘째 아이가 탄생하던 2011년도에 중대한 결정을 했다. 복잡한 도심의 새장에서 갑갑하게 사느니 숨통 트이는 시골로 가자고. 주변에서 말렸다. 애들 교육은 어떻게 하냐고. 난 대답했다. 그럼 시골 사는 아이들은 교육 못 받느냐고. 나도 시골공기를 마고 싶어했지만 사실은 우리 아이들이 아이다운 삶을 영위하길 원했다. 매일, 하루하루가 아이들에게 ‘어린이날’이 될 수 있길 바랐다. 아이에게 집에서 뛰지 말라는 얘기를 하기가 너무 싫었다. 아이들은 뛰는 게 정상이니까. 그래서 우리 가족은 지금 시골에 산다. 조그맣지만 시골에도 학교가 있다. 공부는 잘 안 시키고 주로 산과 들에서 논다. 모내기수업도 있고 가을에 수확도 한다. 대안학교가 아니다. 일반 국립이다. 방과 후 같이 놀 친구들도 많다. 그러니까 사실 공부는 잘 못 한다. 불안할 법하지만 in-서울 대학을 포기하면 그리 불안하지도 않다. 나는 사실 결정했다. In-서울 대학이 아니라 본인이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 아예 대학진학을 안 해도 상관없다고. 가장 중요한 건 행복지수와 자존감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큰 협박은 다시 서울로 이사 간다고 말하는 거다. 이것이 좋은 교육이라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본 얘긴 지금부터다. 큰딸은 글을 잘 쓰고 그림은 잘 그리는데 수학은 너무 싫어하고 못 한다. 수학을 만든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내버려 뒀다. 하기 싫다는 걸 강요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사실 수학도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6학년이 된 둘째 날에 기적이 일어났다. 늦잠 많던 이 아이가 새벽에 일어나 수학 공부를 하는 게 아닌가! 엄마에게 조용히 물어봤다. 얘,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엄마가 알려줬다. 6학년 첫 수학 시간에 우리 아이가 선생님에게 수학을 만든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했단다. 선생님이 대답했다고 한다. 솔직히 자기도 살아보니 수학이 별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고. 그런데 학교에서 수학하게 만드는 데엔 분명히 이유가 있을 텐데 자기도 솔직히 그 이유를 모르겠으니 함께 그 이유를 찾아보자고. 그런데 수학을 하지 않으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으니 이유를 찾을 때까지라도 해보자고.

선생님의 이야기가 우리 아이에게 어떤 작용을 했는지는 몰라도 명답이라고 생각했다. 참교육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같은 교육자로서 부끄러웠다. 무엇이 우리 아이를 변화시켰을까 고민했다. 명확한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선생님의 진정성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진정성이 아이의 마음속을 파고드는 데 성공한 게 아닐까? 16년 교육자로 지냈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다. 16년간 나와 만난 수많은 제자 중에 나의 진정성 있는 한 마디에 내 딸아이와 같은 변화를 일으킨 친구가 있었을까 돌이켜봤다. 나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럴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그게 좋은 교육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니까 말이다.

윤용아 교수(연기예술학과)
윤용아 교수(연기예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