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가영 기자 (lvlygy@skkuw.com)

인터뷰를 갔던 목요일에는 비가 내렸다. 개강 후 세 차례 인터뷰를 다녀왔는데, 매번 비가 왔던 것 같다. 공기가 촉촉하다 못해 축축했다. 우중충한 날씨에도 베스트셀러 작가를 만난다는 생각에 살짝 들뜬 상태로 버스에 올랐다. 신문사 생활을 한 일 년 동안 열 번이 넘는 인터뷰를 다녀왔다. 인터뷰에 익숙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하지만, 약간의 걱정과 긴장은 지울 수가 없었다. 무의미하게 이어지던 상념이 더 떠오르지 않게 될 무렵 도착한 평창동 스타벅스에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저자 채성호 작가님을 만났다. 인터뷰는 꽤나 순조롭게 진행됐다. 묻고 싶었던 질문도 남김없이 물어봤고, 주어진 인터뷰 시간도 딱 맞췄다. 아주 긍정적인 마음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인터뷰를 끝내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가진 ‘얕은 지식’에 대해 생각했다. 신문사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갖지 않았을 지식에 대한 생각이었다. 기사의 소재를 찾는 일은 내게 늘 어려웠고, 마땅한 소재를 잡기 위해 많은 종류의 자료를 읽었다. 기성 언론사의 기사들, 교수신문, 심지어는 과학 잡지까지 찾아보다 보면 아주 넓은 분야에 대한, 그러나 그 깊이는 얕디얕은 지식이 쌓이게 된다. 기획을 준비하고 포기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이러한 ‘넓고 얕은 지식’이 뇌 용량의 꽤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기사화되지 못한 이야기들은 머릿속에 남아 잠시 맴돌다 사라지곤 했다.
이전에는 기사에 쓰이지 못하는 지식의 파편들이 꼭 의미 없이 사그라지는 것 같아 아쉽기도, 미련이 남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기사를 준비하며 읽었던 책과 논문, 그리고 그 속의 수많은 지식이 뇌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유의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그 물이 바깥으로 다 새는 것 같지만, 콩나물은 자라난다. 역으로 물을 주지 않으면 콩나물은 죽어버리게 될 것이다. 반쯤은 희망 사항에 가까운 이야기긴 하지만 어쩌면 머릿속을 방황하다 흔적도 없이 잊히는 기억들이 지적 기사를 쓰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까지 얻어온, 앞으로도 얻어갈 넓고 얕은 지식이 지적 기사를 쓰는 데 힘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