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석 아닌 운전석에서 자립의 길을 찾다
조수석 아닌 운전석에서 자립의 길을 찾다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8.03.26 22:18
  • 호수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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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복지,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중앙정부, 탈시설 정책 없어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시설을 벗어난 복지
지난 12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역사회·재가(在家) 중심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케어’ 복지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을 발표했다. 커뮤니티케어란 장애인을 비롯해 돌봄이 필요한 사회 구성원이 그룹홈 또는 지역사회에서 본인에게 맞는 개별적인 복지와 지원을 누리며 지역사회와 통합되도록 돕는 사회서비스다. 또한 장애인이 시설 퇴소를 희망할 경우, 지역사회 내 정착을 위한 중간시설 마련 및 자립 생활 지원도 함께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의 이번 개편은 기존의 장애인 복지가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나아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전에는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저해하는 요인을 개인의 문제로 간주했지만 이를 외부에서 찾는 관점이 새로이 등장했다. 장애인은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주도적인 삶을 영위하는 주체이다. 이에 따라 장애인 복지정책은 수용시설 지원에서 개인의 필요에 따른 맞춤형 지원으로 전환됐고 장애인들이 자기결정권 존중을 요구하며 ‘탈(脫)시설’ 운동이 시작됐다. 선진국들에서 전반적인 탈시설 운동은 이미 이뤄졌고 사회적으로 장애인들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했다. 196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한 장애인 대학생을 중심으로 자립생활운동이 발생했고, 스웨덴의 경우 시설폐지법을 제정해 모든 장애인 수용시설을 1990년대에 폐지했다. 탈시설 운동의 확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자기결정권에 초점을 맞춘 장애인 복지정책이 마련됐다. 그중 호주의 국가장애보험계획은 장애인의 요구에 따라 사회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장애인은 사회서비스를 받을 기관을 정하고, 자신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1년 단위 서비스 계획을 세우는 등 전 과정에 결정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감옥’ 같았던 수용시설의 실상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설장애인 거주 현황 및 자립 생활 욕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설 거주 장애인 중 응답자 62.1%가 자립 의사를 보였다. 장애인들은 시설을 벗어나고자 하는 이유로 자의에 의한 입소가 아니라는 점을 꼽았다. 앞선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설 거주 장애인 중 ‘본인 스스로 시설에 들어오기를 결정했다’는 답변은 13.90%에 불과했고, 82.88%가 타인에 의한 설득 또는 강요로 시설에 입소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대규모 시설인 꽃동네에서 나온 이상우 노들장애인야간학교 총학생회장 겸 권익옹호활동가는 “부모님이 어디 가자고 해서” 따라간 곳이 꽃동네였다고 말했다. 시설 속 인권 침해도 자주 언급됐다. 동거인을 본인이 정할 수 없고, 정해진 식사 시간과 취침 시간을 따라야 하는 등 모든 생활이 통제돼 있어 개인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점이 끊임없이 거론됐다. 당사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성별과 상관없이 이뤄지는 단체 목욕을 시설에서 경험했던 장애인은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시설 자체가 외진 곳에 있어 외부와 단절되기 쉽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외출 시 보조인의 동행이 필요하지만, 개별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아 그마저도 어렵다. 이 권익옹호활동가는 시설에서의 생활이 어땠냐는 질문에 “너무 외롭다”라며 시설에서의 생활을 감옥 같았다고 전했다.

자립, 그 한 발을 내딛기 어려운
탈시설이 곧 지역사회 내 자립 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은 자립 생활을 향한 첫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정보 부족, 전환체계 부족, 주택개조 어려움 등 현실적인 제약에 직면한다. 현재 탈시설 당사자들이 자립 생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장애인 종합상담기관은 없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같은 자료에서 ‘시설 퇴소나 자립 생활에 대한 정보 획득의 출처’에 ‘정보가 전혀 없었음’ 응답이 66.98%로 제일 많았고 ‘시설 직원으로부터’(13.40%) 응답이 그다음이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조아라 활동가는 탈시설 당사자들의 정보 취득 어려움의 요인에 “시설의 폐쇄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시설 측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단절하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해 장애인들은 시설 안에서 자립 관련 정보를 얻을 기회가 없다. 그는 “그래서 초기 탈시설 당사자들은 시설 조사 과정에서 만나 우리에게 도움을 청했던 분들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활동가 또한 시설 조사에 나온 이음 네트워크·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와의 만남으로 현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탈시설 당사자들은 시설에서 지역사회로의 전환지원체계가 부족해 자립 생활을 주저하기도 한다. 조 활동가는 “통제된 공간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자립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관련 부분들은 반복적인 교육으로 나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전환체계로 복지부 산하 위탁사업인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있다. 하지만 사업이라는 이유로 중앙정부 정책에 포함되지 않아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립생활센터의 주요 서비스 중 하나인 자립생활주택은 장애인들의 사회 적응력 향상과 안정적인 지역사회 내 정착을 목표로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 하지만 국내 자립생활주택의 개수가 적어 해당 서비스 이용은 제한적이다. 조 활동가는 “자립생활주택에 들어가지 못해 시설에서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주택개조, 결국 내 호주머니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A 씨는 시설개조가 이뤄지지 않은 주택에서 어렸을 때부터 살았다. 그는 화장실 턱이 높아 어머님의 도움 없이는 씻지 못해 외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종종 처한다. 이와 같이 장애인에게 맞춰지지 않은 주택은 누군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낳는다. 자립 생활 속 주도적인 삶을 위해서는 필요에 따른 추가적인 주택개조가 시급하다. 하지만 주거비 지출도 버거운 상황에서 개선비용은 장애인 가구에 큰 부담이 된다. 조 활동가는 “수급자 대상인 탈시설 당사자가 많아 혼자서 그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택개조를 진행해도 임대주택을 나갈 때 원상 복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이중으로 든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도 부재하고 관련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주택개조 지원 사업 또한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형숙 소장은 “서울의 경우, 주택개조 사업 신청이 2월에 마감되면 3월에 주택을 구한 사람은 신청할 수 없다”며 결국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부담 없는 고용부담금
자립 이후에도 장애인은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와 어우러져 생활하기를 희망하지만, 그들을 위한 일자리는 모래밭에 바늘 찾기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2017년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 등록 장애인의 고용률은 36.5%에 그쳤다.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에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한 제도가 있지만 장애인 고용에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의하면 상시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2.9%로 명시됐다. 의무고용률에 미달한 기업에 대해서는 고용인원에 비례해서 고용부담금을 지급하도록 제시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기업은 장애인 고용 대신 부담금을 택한다. 1년 동안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으면 내야 하는 금액이 약 135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 소장은 장애인 자립 지원에서의 중앙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아직 중앙정부 차원의 탈시설 정책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정부의 지원 정책에 이와 관련 지원정책이 포함된다면 예산 편성과 함께 장애인 자립 지원의 활발한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활동가가 전하고 싶은 말을 적고 있다.사진 | 김한샘 기자
이 활동가가 전하고 싶은 말을 적고 있다.사진 | 김한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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