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영선 기자 (y1378s@skkuw.com)

한 달에 약 13일 정도는 강좌 프로그램을 개설할 정도로 강연 프로그램에도 꽤 집중하고 있는 김경진 대표는 강좌에서 자신이 음악 큐레이터 역할을 하며 고객들과 음악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달 30일, 정해진 날에 무작위 주제로 강좌를 하는 것보다 해당 아티스트의 생일, 기일이나 해당 앨범의 발매일 등 의미 있는 날에 알맞은 주제로 강좌를 연다는 그의 3월 마지막 강좌를 듣기 위해 ‘팝시페텔’을 찾았다.

이날의 강좌 주제는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 그의 생일인 ‘3월 30일’에 73번째 생일을 맞아 김 대표는 강좌를 열었다. ‘팝시페텔’은 벽면에 그의 다양한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음반, 영화 DVD, 책 등이 가득 진열되어 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강좌를 위해 ‘팝시페텔’에 의자 또한 가득 채워졌다. 평소 음악에 조예가 깊지도 않고 이날의 주인공 ‘에릭 클랩튼’이 누구인지조차 몰랐던 기자는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강좌를 청해 들었다. 오후 7시 반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왔다. 그들은 강좌 시작 전까지 좋아하는 음반들을 구경하고 구매하며 팝시페텔의 ‘레코드숍’ 기능을 누렸다. 강좌가 시작되자 팝시페텔의 ‘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이 시작됐다.

강좌는 모두가 아는 ‘에릭 클랩튼’의 이야기가 아닌,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 중심으로 진행됐다. 에릭 클랩튼의 가족사, 유년 시절 성격, 기타를 치게 된 계기부터 그의 음악 변천사와 주변 인물 그리고 섹슈얼리티까지 뻔해 보이지만 뻔하지 않은 이야기로 김 대표는 강좌를 구성했다. ‘에릭 클랩튼’의 존재를 몰랐던 기자조차도 세세한 뒷이야기를 들으니 순식간에 심리적 거리감이 허물어지고 쉽게 즐길 수 있었다. 이 시간은 모르는 것을 배우는 어려운 강좌가 아닌 누구나 그 순간 듣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강좌를 만들기 위한 김 대표의 노력이 담겨있었다. 김 대표는 “모르는 사람들과 낯선 공간에서 강좌를 들으면 집중을 하기는 하는데 음악과 이야기를 듣기만 하면 자칫 지루해지고 어색해질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볼거리를 풍족하게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좌는 단순히 듣는 음악이 아닌 라이브 영상을 보며 다양한 시청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진행됐다.

7개의 라이브 영상을 감상하고 에릭 클랩튼의 이야기를 들으며 90분의 시간이 지나갔다. 한 고객은 “그동안 에릭 클랩튼의 음악을 많이 들었지만 몰랐던 노래, 이야기를 듣게 되어 너무 좋았다”며 친구들과 다시 오고 싶다고 김 대표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날 강좌를 들은 신대균(22) 씨는 “에릭 클랩튼에 관심 있어서 온 것은 아닌데 잘 알고 싶어서 오게 됐다”며 “음악을 알고 들으면 모르고 듣는 것보다 훨씬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강좌 프로그램이 참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고객 정지은(28) 씨는 팝시페텔과 같은 레코드숍은 동시대성을 보여줘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에릭 클랩튼이 고전음악을 연주한 것이 지금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감각적인 것처럼, 이런 레코드숍도 옛날 것이라고 지금 감각에 맞지 않는 게 아닌 것 같다”며 레코드숍이 젊은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팝시페텔은 기존에 잘 몰라 관심이 없던 사람들부터 예전에 좋아했던 사람들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장을 제공했다. 

지난달 30일 동교동에 위치한 '팝시페텔'에서 사람들이 강좌를 듣고 있다.
지난달 30일 동교동에 위치한 '팝시페텔'에서 사람들이 강좌를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