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영선 기자 (y1378s@skkuw.com)

대부분 사람들이 디지털 파일로 음악을 감상하게 됨에 따라 음반 시장이 축소되고 레코드숍이 줄어드는 시대에 문을 연 레코드숍들이 있다.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레코드숍들은 단지 물리적인 음반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방문하는 고객들의 추억을 환기하고 경험을 제공한다. 어떤 매장들은 △CD △LP △테이프 △각종 음악 관련 소품 등까지도 판매하기도 하고 또 어떤 매장들은 △강연 △공연 △이벤트 등을 개최하며 일종의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흔히 알고 있는 레코드숍과는 다른 이 매장들이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팝시페텔’을 운영하는 김경진 대표는 “다들 자신이 좋아해서 차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음악과 음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음악을 향한 애정으로 문을 여는 것 같다며 자신도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레코드숍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물리적인 미디어 매체의 시장은 워낙 작아지고 수요도 적은 상황. 이에 그는 음반을 찾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음악에 애정과 관심이 있는 사람일 테니 그들과 음악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로써 외형적으로는 일반 레코드숍이지만, 다 같이 음악을 듣고 강좌를 들으며 교감하는 일종의 커뮤니티 같은 레코드숍을 만들게 됐다.

‘서울레코드페어’를 기획하고 레코드숍 ‘김밥레코즈’를 운영하는 김영혁 대표는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레코드숍과 레코드페어 모두 없어서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레코드는 기본적으로 시각적인 측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흔히 사람들은 레코드가 디지털 파일과 소리가 다르다며 그것이 레코드의 가치라고  하지만 실제로 이를 구별해낼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이다. 눈으로 보고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레코드의 큰 매력인데, 오프라인 레코드숍이 적어 이것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으니 매장을 차려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런 매장이 있으면 지나가며 우연히 볼 수도 있고, 그러다 앨범 커버가 예뻐서 구매하게 됐는데 그 아티스트의 음악이 좋아 노래를 듣게 될 수도 있잖아요.” 김영혁 대표는 이러한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고 열어두고 싶다며 레코드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실제로 대부분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들어도 미국이나 유럽 등의 국가들에는 여전히 레코드숍, 레코드 관련 행사들이 존재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레코드숍이 줄어들기만 하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상황. 이에 음악 산업에 몸담고 있었던 김영혁 대표는 ‘서울레코드페어’를 개최하게 된다. 그는 CD·LP를 경험했던 세대와 그렇지 못한 10~20대 모두에게 이 행사가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적극적으로 음악을 향유하는 소비권에서 벗어난 중장년층에게는 옛 추억을 환기할 기회를, 물리적인 매체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보지도 만지지도 못한 것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김영혁 대표는 ‘서울레코드페어’가 판매자, 구매자, 새로 유입되는 사람들 그리고 이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