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화창한 봄날의 캠퍼스에는 새내기 대학생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초중고 12년간 열심히 공부했고, 자랑스러운 우리 성균관대학교의 가족이 되었으니 행복한 대학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학과와 전공은 어떻게 선택하셨나요? 앞으로 4년간 배울 학문에 대하여 소신과 포부를 가지고 결정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고, 여러분들의 선배들 역시 그랬듯, 입학점수에 맞추어서, 좋아 보여서, 인기학과라서, 입시학원 선생님이 추천해 주어서 등이 아니었나요?

대학에 와서 전공 공부를 하다 보면 실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어하는 경우도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무책임한 말 같지만), 사실 학부 전공은 “아무것이나” 선택해도 상관없습니다. 어렵더라고, 지루하더라도, 적성과 잘 맞지 않는 것 같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본인의 전공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잘 공부해 보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수업시간에 인류사의 오랜 시간 동안 대가들이 축적해 놓은 지식의 엑기스를 배우게 될 것입니다. 학부 4년은 새롭게 습득할 것이 너무나도 많기에, “내가 이것을 공부하는 것이 맞나?” 하며 회의하고 고민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여러분들이 이미 선택한 것, 주어진 것에 몰입하여 익히고 응용하며 탄탄히 내공을 쌓는다면, 졸업 즈음에서 여러분들에게는 더 많은 선택지가 놓여있을 것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혹자는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다가오는 신시대에도 기본기는 중요하고, 소위 본인만의 “필살기”가 있어야 합니다. 해외 영업팀이나 기획팀에서 일하더라도, 학부 시절 배운 과학과 공학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오로지 경영학”만 공부한 사람보다, 통합적인 안목에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비록 원래의 취지와는 달라진 면이 있어 아쉽긴 하지만, 법학전문대학원과 의학전문대학원의 설립목적도 학부 시절 법학과 의학이 아닌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마주하게 될 “융합”의 시대에는, 법전만 달달 외워온 법률가가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판사, 복잡한 파생금융상품과 관련한 소송을 담당할 수 있는 변호사, 첨단기술과 관련한 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검사가 필요합니다. 환자만 진료하는 동네 의사도 필요하지만, 물리학과 전자공학 지식을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의공학 연구에 도전할 의사, 경제학과 의학을 모두 살펴 가며 거시적 의료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학부 때 배운 전자공학과, 대학원 때 전공한 경영학을 유용하게 융합하여 경제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평창올림픽에서 많은 스타가 탄생하였는데 저는 체코의 Ester Ledeck를 주목합니다. 역사상 최초로 스키와 스노보드에서 동시에 금메달을 획득한, 여러분들 또래의 선수입니다. 스키와 스노보드 모두 설상 종목이라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활강법과 기술이 전혀 다른 운동입니다. 엘리트 봅슬레이선수 중에서는 육상선수 출신이 많고,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을 애먹였던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축구선수 비에리는 데뷔전에 복싱과 럭비로 운동의 기본기를 다졌습니다. 운동과 마찬가지로, 학문하는 방법은 사실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즉, 하나의 학문을 심도있게 공부하면, 다른 학문을 새롭게 공부하거나, 융합하여 습득하기도 쉬워진다는 의미입니다. 얼마 전 TV에서 유행했던 “얇고 넓은 지식”을 배우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스마트폰을 뒤적이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하나의 학문을 수년간 심취하여 공부하고, 그 과정에서 배운 방법론과 응용력을 바탕으로 졸업 후에 여러분들이 해보고 싶던 것들을 마음껏 시도해 보세요. 우리 경제학과에도 복잡한 수식과 어려운 경제이론을 보며 한숨을 쉬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어렵고 지루해도 포기하지 말고 공부해 보세요. 졸업 후에는 경제학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좋습니다. 훗날, 여러분들이 어느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 성균관대학교에서 힘겹게 배운 하나하나의 전공과목과 지식이, 대단히 유용할 것이며,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것은 약속할 수 있습니다.

류두진 교수(경제학과)
류두진 교수(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