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나는 몇몇 친구들 사이에서 ‘문학소년’으로 불린다. 어릴 때부터 시를 감상하는 일을 즐겨 했기 때문이다. 시를 쓰는 일도 좋아하긴 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취미로 시를 쓸 만한 여유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중, 고등학교 시절에 쓴 시들은 백일장 출품작들이 전부인 것 같다.

이랬던 내가, 3달 전쯤부터 시 쓰기를 본격적인 취미로 삼게 되었다. 친구의 추천으로 다운로드한 ‘씀 : 일상적 글쓰기’라는 어플이 바로 그 계기였다. 이 어플은 하루에 두 번 새로운 글감을 띄워 준다. 사람들은 이 글감들을 주제로 자유로이 문학 세계를 펼칠 수 있다. 다 쓴 글은 혼자서 소장할 수도 있고, 익명의 사람들과 나눠 볼 수도 있다. 또한 친구의 글을 구독할 수도 있고, 모르는 사람의 좋은 글을 담아갈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위 어플은 단순히 ‘글 저장소 겸 문학커뮤니티’이다. 내가 이 단순한 어플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늘어놓은 이유는, ‘씀’을 시작하고 ‘시 쓰기’라는 단순한 습관을 가진 이후로 스스로 많은 것들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시를 쓰려고 글감을 보고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서 시상이 떠오른다. 시상이 머릿속을 물들이면 그 순간부터 머릿속은 나만이 향유할 수 있는 생각으로 가득한 나만의 세상이 된다. 시상에 옹기종기 붙어 있는 나의 생각들을 하나하나 끌어다가 자판으로 입력하면, 그게 나만의 시가 된다. 이렇게 시를 쓰면서 생각을 들여다보면, 스스로 자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짐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며 셀 수 없이 많은 인간관계를 맺는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조차도 내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들을 많이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 우리는 이따금씩 우리의 진실된 감정을 애써 감추거나 속이곤 한다. 하지만 시를 쓸 때만큼은,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여과 없이 나의 감정을 적을 수 있다. 이렇게 시를 완성하고 시를 쭉 읽어보면, 굉장한 뿌듯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바쁜 일상에 이리저리로 치이며 매일을 살아간다. 24시간 피곤한 우리에게, 시는 소소한 힐링을 준다. 그런데 세상엔 아직도 시 쓰는 것을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시를 쓰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다. 그저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면 된다. 글감을 보았는데 아무런 시상도 떠오르지 않으면, 다음에 떠오를 때 쓰면 된다. 시의 분량에 구애받을 필요도 없다. 소설보다 길거나 한 단어뿐이라도 시가 될 수 있다. 아주아주 단순하거나 미사여구로 가득해도 되고, 기쁨에 파묻히거나 슬픔에 사무쳐도 된다. 그저 나의 생각을 어디에든 끄적이면, 그게 나만의 시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시를 완성해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의 시들이 가득 들어찬, 세상에 하나뿐인 시‘집’과 그 안에 편안히 누워있는 편안한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호정(경제 17)
정호정(경제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