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사람들이 우주를 보고 싶어하는 욕망은 원시시대부터 현재까지 늘 있어왔다. 이러한 하늘에 대한 인간들의 관심은 천문학이라는 학문에서 더 구체화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천문학’에 대해 별에 대한 관측이나 탐구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천문학은 천문대에서 별을 보고 관측만으로 수치화해서 탐구하는 것과 총체적인 우주의 질서나 상태 등을 수학적 식으로 표현하고 공식을 만들어내고 이론화시키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천문학의 접근 방법은 다른 학문에 비해 범위가 너무 크고 많은 재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생적으로 발전하기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하늘에 대한 관심은 높은 반면 학자가 드물어 천문학에 대해 한번쯤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천문학의 역사
우리 천문학의 시작은 하늘에 제사를 지낸 것에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 나일성 교수는 그의 저서인 『한국천문학사』에서 ‘하늘에 제사 지내는 의식은 고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행한 의식의 하나인 동시에 큰 천문 활동 중 하나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과거에 우리 천문학의 수준은 놀랄만했는데, 신라 경주 첨성대는 세계 최초일 뿐 아니라 과학적 구조로 지어져 그 수준이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반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국시대의 고구려와 백제에도 각각 첨성대가 존재했다. 또한 선사시대의 암각화부터 시작해 조선 태조 4년(1395)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천문도를 통해 볼 수 있듯이 하늘을 그리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물론 고대 천문학은 현대 천문학의 탐구와 같을 수 없다. 고대에는 농경중심의 사회였던 만큼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하늘의 변화에 매우 민감했고, 창조적인 연구보다는 천제 현상의 관측과 역법의 정비에만 치중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천문학보다는 역법이 먼저 발달했다.

현재 한국 천문학의 위치
그러나 현재 한국 천문학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발전했고 딱히 어느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천문학은 선진국에서는 급속도로 발전을 이룬 분야지만 개발국가들에서는 별을 볼 여유조차 없어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본교 우주론 강의를 하고 있는 전일동 교수는 “한국의 천문학은 발전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서양의 기술을 거의 수입하는 편이라 아직 선진국을 따라가는 정도의 어중간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의 위치는 수준을 발전시킬 천문학자가 많이 배출되기 힘들다는 문제점도 발견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별을 접할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다. 가까운 일본은 조그만 마을이라도 쉽게 천문대를 찾아 볼 수 있는 반면 우리 천문대는 십여 개 남짓한 것이 고작이다. 국내 유일한 천문학 잡지를 발간하고 있는 천문우주기획(사장:이태형)의 심재현 편집장은 “어릴 때 별을 가까이 접하고 흥미를 높일 수 있어야 하는 데 우리 여건상 그것이 쉽지 않다”며 환경의 중요성을 말한다. 하지만 천문 동호회가 많이 활성화되고 있고 아마추어 천문학자들도 점차 늘어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더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낼 수 있다. 전교수는 “실제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과 천문학자가 되는 것은 많이 다르다”며 “연구지원 부족으로 우선 취직이 보장되지 않고 연구직이나 교수직도 우리나라 대학에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우리 천문학의 향후 방향
천문학을 심도 있게 연구하기 위해서는 물리학과 화학, 수학 등의 기초자연학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실제로 천문학자들의 대다수는 물리학자이다. 천문학은 우주를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관측만이 천문학이라고 단순히 생각해서는 안되며 관심이 있다고 해서 쉽게 접근 할 수도 없다.
하늘에 대한 연구는 보석을 캐내는 것과 같다.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기 위해 그만큼 많은 노력과 시간이 투자되듯 하늘의 멋진 면을 보여주기란 그만큼 힘든 노력과 시간이 많은 천문학자들을 통해 들기 때문이다. 현대 한국의 천문학은 이제 광석을 캐내 보석으로 만들고 있는 힘겨운 과정에 있다. 정부나 기업차원의 더욱 적극적인 연구 지원과 기초학문육성이 이뤄진다면 관심과 용기가 있는 천문학도들에게 한국에서의 천문학을 공부하는 길이 험난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송진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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