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하영 기자 (chy7900@skkuw.com)

집에서 학교가 있는 혜화까지 2시간 15분. 매일 4시간 반이라는 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내는 나에게 사실 성대신문 기자로서의 삶은 조금 벅차다. 오랫동안 머리를 싸매 수요일과 금요일, 황금 같은 공강을 만들었지만 현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통학. 가끔은 정말 자취가 간절해지고, 지하철에서 버려지는 하루의 일부가 싫다. 좌석에 앉지 못해 내내 꼼짝없이 서서 오는 날은 더욱 그렇다.

기획 기사를 위한 인터뷰를 하러 가던 나의 모습이 생생하다. 하필 퇴근 시간이라 몰려드는 인파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던 2호선. 안 그래도 무거운 짐에 카메라까지, 매번 겪는 일이지만 여전히 익숙해지기는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껏 우울해진 기분으로 을지로입구역에 내렸다. 어디선가 달달한 냄새가 난다 했더니 역 옆에 있던 호떡을 파는 포장마차였다. 인터뷰 시간도 아직 남았겠다, 우울한 기분이나 달랠 겸 호떡 하나를 사 그 자리에서 우물우물 먹었다. 말없이 호떡을 먹는 나를 쳐다보던 주인아주머니가 갑자기 어디 놀러 왔냐고 물으셨다. 학보사 기자이고 취재를 위해 왔다고 간단히 대답하자 메고 있는 카메라 때문에 어디 구경이라도 온 줄 알았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니 확실히 새로웠다. 물론 같은 서울인 만큼 아주 특별한 정취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매번 가는 혜화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인터뷰하기로 한 약속 장소로 찾아가면서 주변 건물들, 사람들, 도로, 그리고 가로등에 붙어있는 전단지까지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이상하게도 마치 가까운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 우울했냐는 듯 기분도 상쾌했다.

집에서 서울까지 2시간 15분. 작년 친구와 간 일본여행에서 탄 비행기가 채 2시간이 안 됐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매일 서울여행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인터뷰를 다니면서 지하철 1호선 노선도에 있는 역들을 하나씩 정복하는 기분이 든다. 뭐든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앞으로는 지루하고 우울한 통학러가 아니라, 기자로서 서울 곳곳을 여행하는 여행자라고 생각하련다. 또 어떤 곳을 여행하게 될지, 다음 기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