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동헌 편집장 (kaaangs10@skkuw.com)

“창업을 해보자. 월급쟁이로선 돈을 벌기 힘들다” 대학교 4학년 졸업을 앞둔 친구가 대뜸 술자리에서 말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학교를 다니며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로스쿨을 준비하기엔 돈이 턱없이 부족하더란다. 친구의 부모님은 모아두셨던 돈에서 노후자금을 빼고는 알코올 중독자, 노숙자들을 위해 기부를 하고 다니신다고 한다. 친구의 한숨이 깊어졌다. 부모님께서 학비만 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부모님의 도움 없이 우리 사회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생으로서의 삶은 실로 고달파 보인다. 단순히 지금 필자의 시각이 대학생이라는 신분에 국한돼서 그런 것만 같지는 않다. 대학생은 성인이지만 학생이기에, 풍족하지 못한 생활을 견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요즘 대학생이 겪고 있는 고통은 그들이 2010년대에 이십 대를 맞고 있기에 더 고단해 보인다.

드라마에서 보던 과거 대학생의 모습은 오늘날의 대학생과 사뭇 다르다. ‘응답하라 1988’만 봐도 그렇다. 지금의 대학생은 당시 대학생들보다는 풍족한 삶을 살아왔다. 그럼에도 드라마 속 대학생 주인공들은 오늘날의 청년들과 달리 활기가 넘치는 이십 대를 보내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그 드라마가 인기 있었던 이유는 단지 활력 넘쳤던 스무 살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당대 대학생들이 겪는 시련과 착오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 중장년층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진통이 단순히 낭만적인 ‘벨에포크’에 대한 그리움일까. 부모님 세대는 대학만 나오면, 월급을 많이 주는 직장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다음 세대도 명문대를 나오면 취업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제는 다르다. <중앙일보> 4월 7일 자의 기사 자료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9.9%를 기록했으며(전체 연령층 실업률 3.7%), 청년 자살충동 이유의 51.9%가 ‘경제적 어려움’ 및 ‘직장문제’를 차지했다. 구직을 단념한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청년 실업은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기사는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의 인용을 통해 현실을 ‘기대는 높고, 기준은 없는 사회’라고 진단했다.

취업시장에서 성공하여 좁은 문을 뚫고 나더라도 상황은 좋지 않다. 직장인으로서 청년의 삶 또한 여전히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들이 흔히 말하듯, 이전에 비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풍요를 누리고 있다. 예컨대, 평균 대졸 초임 월급을 기준 1988년에는 영화를 100회 가량 볼 수 있었던 반면 2015년에는 300회 정도 관람할 수 있다. 컴퓨터 한 대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6개월이 걸렸지만, 이제는 한 달이 채 안 걸린다. 주거비용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월급 대비 모든 물가는 낮아졌다. 하지만 주(住)는 우리 생활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이미 우리 세대는 체념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 혼인율, 초혼 연령, 출산율 각종 지표가 보여준다. 기성세대는 투지와 노력이 부족하다고만 말한다. 하지만 그 노력을 위해 우리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친구의 한숨이 그저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