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진아 기자 (jina9609@skkuw.com)

스페이스X, 민간 우주 개발 선도해
경쟁력 확보 위해선 한국형 발사체 개발 필수

지난 2월 6일, 미국의 민간 우주 개발 회사 ‘스페이스X(Space Exploration Technologies Corporation)’가 미국 플로리다 주 NASA(미항공우주국)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초대형 로켓 ‘팰컨 헤비(Falcon Heavy)’ 발사에 성공했다. 이번 발사는 ‘민간 우주 개발의 시대’를 활짝 연 계기라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자 미래를 바꾸는 천재 CEO 엘론 머스크가 개발한 로켓에 대해 분석하고, 그가 그리는 우주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마네킹 우주비행사가 탑승한 로드스터가 화성으로 향하는 장면.
마네킹 우주비행사가 탑승한 로드스터가 화성으로 향하는 장면.
ⓒ엘론 머스크 트위터 캡쳐

화성, 우주 개발의 뜨거운 감자
1961년,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앞으로 10년 내에 유인 우주선을 달에 보내겠다”라는 과감한 발언과 함께 ‘아폴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NASA는 1967년부터 1972년까지 여섯 차례나 달 착륙에 성공했다.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해 첫 발자국을 남긴 아폴로 11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도 이 프로젝트의 일원이었다. 달에 첫 발자국을 찍은 지 약 50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화성에 발을 디딜 원대한 꿈을 품고 있다. NASA의 계획에 따르면 빠르면 15년 후 인류의 화성 정착이 시작될 전망이다.

화성에 집중하는 이유는 화성이 태양계 내에서 지구와 가장 유사한 환경을 가진 ‘형제 행성’이기 때문이다. 약 46억 년 전 지구와 화성이 형성된 이후, 두 행성 모두 표면에 크고 작은 원시 행성체가 연이어 충돌해 표면에 수백 개의 대형 흔적들이 남아 있다. 이 충돌 흔적은 행성의 생태 환경을 좌우하는 요소다. 화성의 지표 환경은 지구의 사막과 매우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엷은 대기 또한 조성돼 있다. 다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성에서 암석의 침식이나 퇴적 흔적이 발견돼, 과거에 물이 흘렀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물이 흐른다는 것은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의 유사성으로 화성 유인탐사는 우주개발 역사에서 늘 화두로 등장했다. 국제 우주 정책을 선도하는 미국은 2015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화성 지표면에 인류를 정착시켜 장기간 거주하게 하는 이른바 ‘발전 가능한 화성이주 계획(Evolvable Mars Campaign)’을 발표한 바 있다.

지도에 없는 길을 가다
역사적으로 우주 개발을 선도해온 미국 정부에게도 화성 탐사는 당장 현실화하기 어려운 난제였다. 1989년, 미국이 화성으로 가는 유인 비행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5000억 달러(약 600조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수치는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프로젝트가 정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정치가들의 우려에 의해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이후 미국은 자연스레 화성에 로켓을 보내는 프로젝트에 흥미를 잃었다. 엘론 머스크는 NASA가 하지 않는다면 본인이 직접 화성행 로켓을 만들어보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2002년 민간 우주 개발 회사인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그는 지구에 묶여있는 인류가 자원고갈로 인해 멸망하지 않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화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스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많은 사람과 화물을 화성으로 나르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는 “아마 우주비행은 1990년대의 인터넷에 버금가는 것이 될 것이다. 인터넷이 처음에는 정부의 노력으로 탄생했지만 민간 기업들의 등장으로 인터넷 시대가 열린 것처럼, 우주산업도 이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화성행 로켓 개발을 위해 스페이스X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벽은 ‘천문학적인 로켓 개발 비용’이었다. 당시 NASA주도의 ‘델타 4호’에는 25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 발사비로 1억 5000만 달러(약 1620억 원)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투입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머스크가 “로켓 개발비를 기존의 10분의 1로 낮추겠다”라는 소신을 밝히자, 사람들은 그를 ‘실리콘밸리의 이단아’라고 부르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세간의 부정적인 예측과는 달리, 그는 스페이스X 최초의 우주선 ‘팰컨 1호’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비 혁신을 위해 직접 시장 조사를 한 결과, 머스크는 로켓 제작에 필요한 재료비가 전체 개발비의 단 2%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항공 우주용 알루미늄 합금에 티타늄과 동, 그리고 탄소 섬유 등을 일정 비율로 추가하면 구조적 결함 없이도 총 비용을 크게 낮춰 훨씬 저렴한 예산으로 로켓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료비를 혁신적으로 절감한 머스크는 로켓 경량화에도 성공했다. 팰컨 1호의 연료 탱크에 사용하는 알루미늄-리튬 합금이 그 비결이었다. 리튬은 밀도가 0.53으로, 알루미늄의 2.7에 비해 5분의 1 이하이며 물보다도 가벼운 수준의 경량 소재다. 머스크는 리튬을 알루미늄에 첨가하면 합금의 강도가 높아져 단위질량강도를 나타내는 비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로켓은 기본적으로 추진 시스템에 따라 고체연료 로켓과 액체연료 로켓으로 구분된다. 팰컨 1호는 액체연료 추진 방식을 채택했는데, 이는 연료와 산화제를 개별 탱크에 분리해 넣은 뒤 연료실에서 둘을 혼합해 연소시키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연소 제어가 용이하며 비교적 정확한 추진력 조정이 가능하다. 구조가 다소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연소를 멈출 수 없는 고체 연료 로켓과 달리 점화와 소화를 반복할 수 있다. 덕분에 발사 전 단계에서 연소 실험을 반복해 성능과 확실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 엘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재료비 절감 △로켓 경량화 △액체 연료 추진 시스템이라는 기술적 혁신을 바탕으로 6년이라는 시간 동안 3번의 시도 끝에 2008년 9월 28일 팰컨 1호 발사에 성공했다. 엘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행보를 두고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일이 있다면 그것을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팰컨 1호의 발사 성공은 인류의 화성 이주라는 엘론 머스크의 원대한 꿈에 첫 발을 내딛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팰컨 9호, 재사용 로켓의 지평을 열다
팰컨 1호 발사에 성공한 지 대략 5년 만인 2012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 발사대에서 스페이스X의 두 번째 로켓인 ‘팰컨 9호’가 발사에 성공했다. 로켓에서 분리된 우주선 ‘드래곤’은 예정대로 지구 주변을 돌고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2012년 5월 22일 9시 56분에 국제우주정거장(ISS)과의 도킹에 성공했다. 드래곤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사용한 의복과 실험 자료 등 총 500kg 이상의 물자를 탑재한 채 도킹을 해제한 뒤, 대기권에 재진입해 5월 31일 11시 42분 캘리포니아 앞바다에 안전하게 착수(着水)했다. 민간 기업이 발사한 우주선이 ISS와의 도킹에 최초로 성공한 데 이어 무사히 지구로 귀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화성 유인탐사에 있어 우주선을 활주로가 없는 화성 표면에 착륙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중요한 문제로 꼽는다. 몇 십 톤에 이르는 무거운 우주선을 안전하게 표면 위에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팰컨 9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사체 착륙 시 자세 보정 엔진을 이용해 지표면의 수직 착륙에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로켓을 발사하면 연료가 들어 있는 1, 2단 등의 발사체는 바다에 떨어지지만, 팰컨 9호는 화물을 우주로 쏘아 올린 후에도 발사체가 수직으로 안전하게 착륙해, 중앙 로켓에서 분리된 발사체 또한 지상으로 돌아와 재사용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기술력으로 스페이스X는 지난해에만 팰컨 9호를 18번 쏘아 올려 연간 최대 발사 기록을 세웠으며, 이 중 5번은 회수한 로켓 재발사에 성공했다. 현재 팰컨 9호가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린 11개의 위성들은 자원탐사, 기상관측, 사진정찰 등 다양한 방면으로 이용되고 있다.

화성에 한 발짝 더 다가서다
팰컨 9호가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고 ISS에 보급품을 수송하는 것에 혁신적인 역할을 했으나, 엘론 머스크는 달, 화성과 같은 인류의 심우주 탐사를 위해 보완된 로켓을 개발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스페이스X의 가장 최근 모델인 ‘팰컨 헤비’다. 팰컨 헤비는 사람과 화물을 달과 화성에 실어 나를 수 있는 로켓으로, 달 착륙을 목표로 닐 암스트롱이 탑승했던 ‘새턴 5’로켓 이후 최대 크기의 발사체다. 이때 팰컨 9호를 중앙 로켓의 보조 부스터로 재활용함으로써, 기존 한 개의 팰컨 9호로 가능했던 저궤도 발사보다 더 높은 정지궤도까지 추진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팰컨 헤비의 부스터를 이룬 두 개의 팰컨 9호는 또다시 지상으로 돌아올 수 있어, 이후 재활용이 가능하다. 강력한 추진력을 기반으로 한 팰컨 헤비는 지구 저궤도까지 발사할 수 있는 유효 하중만 64톤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현존하는 가장 큰 로켓인 ULA의 델타IV헤비의 28.8톤의 2배가 넘는 적재 능력이다. 전문가들은 팰컨 헤비가 화성 궤도에도 13.6톤에 달하는 화물이나 사람을 수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로켓의 선단에는 거대한 화물 공간인 ‘페어링’이 존재하는데, 이는 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보호덮개를 뜻한다. 공기의 압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발사체의 속도를 올리기 위해 페어링이 분리되는데, 일반적인 로켓의 경우 페어링이 분리되면서 탑재돼있던 위성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팰컨 헤비의 경우, 페어링이 분리된 후 엘론 머스크가 개발한 전기자동차 ‘로드스터’가 우주 공간으로 진입한다. 로드스터는 팰컨 헤비에 실려 태양과 화성 주위를 잇는 타원 궤도를 돌 예정이며, 지금으로부터 약 4개월 뒤 화성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페이스X는 팰컨 헤비 로켓 발사 비용을 9000만 달러로 내걸었다. 팰컨 헤비의 저렴한 개발비를 두고 미국 콜로라도 공대의 필 라르슨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사실상 공짜로 납세자로부터 대형 로켓을 얻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한국형 재활용 발사체, 어디까지 왔나
스페이스X의 혁신으로 국제 우주 정책의 관심이 ‘로켓 재활용’으로 모아진 가운데, 우리나라 또한 재활용 발사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임철호 원장은 지난달 15일 열린 공식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재활용 발사체 개발이 필수”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항우연은 오는 10월 한국형 발사체 시험발사를 계획 중에 있다. 시험발사 인증 모델 개발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 성능 검증을 위한 종합연소시험에 돌입했다. 시험 발사체는 이후 개발될 한국형 발사체의 2단부에 해당하는 것으로, 시험에 성공한다면 발사체 전반에 관련된 기술을 우리 손으로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의 최종 목표는 2021년까지 3단으로 구성된 발사체를 이용해 1.5톤 급의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리는 것이다. 임 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주산업이 민간 중심으로 이전되는 추세에 항우연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위성은 이미 민간 주도의 개발이 시작됐으며, 발사체도 항우연이 총괄감독만 할 뿐 실제 만들어 발사하는 건 기업에서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