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두산베어스 한재권 응원단장 / LG트윈스 최동훈 응원단장

기자명 이채홍 (dlcoghd231@gmail.com)

수천 명의 야구팬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응원단장이다. 우리나라의 응원문화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 두산베어스의 한재권 응원단장(이하 한)과 LG트윈스의 최동훈 응원단장(이하 최)을 만나 우리나라의 야구 응원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야구 응원이 유난히 열정적이라는 평이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 : 다른 나라도 방법만 다르지 팬들끼리 응원하는 열정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메이저리그를 예로 들면 거기서는 경기를 보는 데만 집중해요. 반면 우리나라는 응원단장이 있어서 응원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죠. 야구 경기를 보러 오는 것뿐 아니라 응원하러 오는 팬들도 많고, 그게 즐겁다 보니까 하나의 문화가 돼서 열정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다른 나라도 열정적인데 응원단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조금 달라지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최 : 우리나라 사람들이 흥이 많아서라고 생각해요. 전국 어딜 가나 노래방은 있잖아요? 그 흥에 맞춰서 프로야구 응원단들도 응원가나 응원문화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하죠. 그리고 야구는 매 순간에 집중하지 않아도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스포츠에요. 경기를 보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응원도 하는 등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점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봐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야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응원문화는 무엇인가.
한 : 야구 응원만의 특이점은 다양해요. 다른 스포츠는 보통 좋아하는 선수를 보러 경기장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야구는 응원하고 싶어서 오는 팬들도 많아요. 이 팀의 응원이 마음에 들어서 즐겁게 응원하러 경기를 보러 오고, 그러다가 어떤 한 선수의 팬이 되기도 해요. 또한, 다른 실내 스포츠들은 초청 등의 방법으로 관중들을 많이 모아야 하는데, 야구장은 자발적으로 응원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응원 소리가 클 수밖에 없어요. 이런 점들이 야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응원문화라고 생각해요.

최 : 아이스하키 응원단장을 맡았을 때는 경기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서 시합하는 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끊기는 경우도 거의 없기 때문에 먼저 경기에 집중해야 하고, 보조로 응원이 들어가요. 이와 달리 야구에서는 응원이 보조적인 수단이 아니라 경기와 비슷한 비중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다른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응원의 종류도 많아서 사람들이 더욱 즐길 거리도 많고요.

야구는 러닝타임이 4시간 안팎으로 긴 편이다. 어떻게 페이스를 조절하나.
한 : 수비 때는 응원을 하지 않는 문화라서 그때 좀 쉴 수 있어요. 이게 페이스 조절이라면 조절이죠. 그리고 경기를 보다 보면 ‘다음에 길어지겠다, 아니겠다’ 하는 게 눈에 보여요. 상대 팀에서 무사만루 같은 게 나오면 자연스럽게 그 텀이 길어지잖아요. 그걸 파악해서 언제 어떤 음악을 틀지, 어떤 응원을 할지, 언제 쉬어야 할지를 정해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그래 조금만 더 하면 끝날 거야, 그래도 내가 이건 해야지, 이건 마무리 짓고 쉬어야지’ 등의 생각을 하면서 아프면 아픈 대로 해요. 그리고 관중들에게 힘들다, 도와달라, 솔직히 말하고 같이 응원하자고 하면서 버팁니다.

최 : 딱히 페이스 조절 같은 것은 안 해요. 쇼트트랙에서 김동성 선수가 뒤돌아보지 않고 달렸던 것처럼 9회 말까지 달립니다. 물론 시즌 개막 후에는 응원하는 날이 많아서 체력 소모가 굉장히 심하긴 하죠. 당연히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있고요. 그런데 몸이 좋지 않다고 해서 응원을 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평소에 관리하고 특히 경기 전날 몸 관리에 신경 쓰고 있어요.

응원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 : 응원단장은 확성기라고 생각해요. 제 역할은 응원단상에서 팬들의 응원을 모아 더 크게 외치게 하도록 호흡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응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의 호흡이에요. 저 때문에 사람들이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팬분들과 호흡을 맞춰서 응원 소리가 더 커지게, 동작이 더 커지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최 : 제가 생각하는 응원은 ‘응하고 원한다’에요. 원하는 것을 응해주는 것이 응원이죠. 팬들이 ‘원’하는 승리에 선수들이 ‘응’할 수 있게 힘을 모아주고, 선수들이 ‘원’하는 격려에 팬들이 ‘응’한 행동이 응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양쪽이 각각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이것이 응원단장의 역할인 거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응원단에서 일한다고 해서 응원을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제가 신나야 팬들도 신나고, 제가 즐거워야 팬들이 즐거우니까요. 항상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응원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야구를 보러 오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 특정 선수의 잘하고 못함을 논할 수는 있지만, 그 선수를 비하하는 말이나 행동은 조심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FA 계약 협상 때가 되면 ‘두산 버리고 어디를 갔네’ 이런 말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그 선수는 못됐네, 어땠네’ 등 비속어를 쓰면서 헐뜯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개인적인 비하는 자제하고 지금처럼만 우리 두산 팬들이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최 : 제가 항상 경기 끝날 때마다 팬들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LG가 여러분들의 자랑이듯. 여러분도 LG의 자랑입니다.” LG 트윈스 팬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야구장에 왔으면 좋겠어요. 팬들의 자부심에 맞는 응원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목쉴 준비하고 오세요.

ⓒ한재권 응원단장 제공

 

ⓒLG트윈스 제공

 























FA=자유계약(free agent)이란 일정기간 자신이 속한 팀에서 활동한 뒤에 다른 팀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어 이적할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 또는 그 제도를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