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현영교 기자 (aayy1017@skkuw.com)

대학 내 족보 이용에 관한 논란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족보로 인해 부당하게 학우들이 피해를 본다는 입장과 족보를 구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설문조사를 통해 족보 이용에 관한 학우들의 인식과 사용 실태를 알아봤다. 설문에서 족보는 교수가 학생 전체에게 공개하는 기출 문제 외에 모든 대학 중간, 기말시험의 기출 문제를 의미한다. 설문조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총 770명(2학년 321명·3학년 247명·4학년 이상 202명)의 학우들이 참여했다. 아직 중간고사를 보지 않은 1학년은 설문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우리 학교 족보 현주소는?
우리 학교 학우들의 62.20%(479명)가 대학 재학 기간 중 족보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족보를 주로 이용한 과목을 선택해달라는 질문(*복수응답)에는 △전공과목(40.92%, 273명) △아이캠퍼스 교양과목(25.63%, 171명) △교양과목(25.03%, 167명) △아이캠퍼스 전공과목(8.39%, 56명) 순으로 답해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전공 수업의 족보 이용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의 학우는 “전공과목은 양이 너무 많아서 공부하기 벅찰 때가 있다”며 전공과목 시험에 족보를 이용했다고 전했다. 족보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479명 중 78.07%(374명)는 ‘족보를 구한 주요 경로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복수응답)에 ‘지인’이라고 응답했으며 28.18%(135명)의 ‘동아리나 학회 등 학교 내 단체’가 두 번째로 많았다. 그 뒤를 △학교 커뮤니티(15.65%, 75명) △기타(3.54%, 17명) △외부 족보 전문 매매 사이트(0.83%, 4명)가 따라 학우들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을 통해 족보를 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순재(경제 15) 학우는 “족보가 특정 집단 내에서만 공유되면서 족보를 구하지 못한 학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수업에 대한 열정도 식는 것 같다”며 오프라인을 통한 족보 공유에 관한 의견을 전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 학교 족보 매매 현황도 볼 수 있었다. 응답자의 2.08%(10명)는 족보를 판매한 적이 있으며 13.36%(64명)는 족보를 구매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정태원(글경제 15) 학우는 “족보 이용은 막기 어렵지만 학교 내에서 족보를 사고파는 행위는 근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알면서 빠지는 족보 블랙홀
설문 결과, 93.76%(722명)의 응답자는 족보가 시험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족보가 시험 성적에 반영되는 정도를 묻자 52.24%(380명)가 ‘많음’이라고 답했으며 △매우 많음(24.09%, 174명) △보통(20.08%, 145명) △적음(2.77%, 20명) △매우 적음(0.41%, 3명) 순으로 이어졌다. 학우들은 족보가 시험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시험 문제가 반복적으로 출제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본인의 단과대학 내에서 족보 이용이 적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묻는 문항(*복수응답)에 ‘반복되는 시험 문제’라는 답이 45.40%(244명)으로 가장 많았다. ‘족보가 시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에는 △보통(36.28%, 262명) △부정(34.21%, 247명) △매우 부정(17.59%, 127명) △긍정(9.69%, 70명) △매우 긍정(2.21%, 16명) 순으로 응답했다. 이에 따라 응답자의 51.8%(374명)가 족보가 시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족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응답자 347명 가운데 절반 이상(57.63%, 200명)이 족보 이용에 대해 ‘불공평하나 학업에 도움이 된다면 이용할 수 있다’ 답변했다. 이처럼 족보에 대한 인식과 실제 이용행태에는 차이를 보였다.  익명의 한 학우는 “족보를 사용하는 것이 비양심적인 행동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성적 상 뒤처지는 게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이용하게 된다”며 족보 이용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익명의 한 학우는 “없어져야 할 문화인 것은 알고 있으나 다른 사람이 쓰면 나도 안 쓸 수가 없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