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예나 (yena0710@naver.com)

족보 이용, 학우들 노력 물거품으로 만들어
교수 노력·학우 인식 변화 통한 개선 요구돼

 

한 학우가 커뮤니티 족보 매매 게시판을 보고 있다.
한 학우가 커뮤니티 족보 매매 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 | 김한샘 기자 hansem8718@

족보를 이용하는 것이 당연시될 만큼 현재 대학가에서는 족보 이용 문화가 만연하다. 그러나 족보 사용으로 열심히 공부한 학우들이 입는 피해와 형평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을 위해서는 교수의 노력과 학우들의 변화가 시급하다.

교수가 제공하지 않은 기출문제를 의미하는 족보는 오랜 기간에 걸쳐 학생들 간 공유, 매매되면서 대학가에서 하나의 큰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족보 판매 전문 사이트에서 여러 학교의 족보가 다양한 가격에 판매되기도 하며, 각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족보 관련 내용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우리 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도 족보게시판이 설치돼 있어 학우들 간 다양한 수업의 족보 매매가 긴밀히 이뤄지고 있다. 또한 일부 학회나 동아리, 소모임은 선후배 간 족보를 활발하게 공유하며 많은 양의 족보를 홍보에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족보가 만연한 상황에 대해 방혜준(경제 17) 학우는 “다들 족보를 이용하니 오히려 이용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족보 이용 문화는 그동안 대학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다. 족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족보를 통해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상훈(경제 14) 학우는 “족보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지만 참고 자료로 활용해 시험 유형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며 족보의 실리적인 측면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는 족보의 소유 여부에 따라 성적이 결정되는 등 족보가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학우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한다. 실제로 본지에서 실시한 족보 이용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열심히 해도 족보가 있는 학우들을 못 이겨 성적 받기가 너무 힘들다”는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족보가 암암리에 특정 집단 내에서 공유되며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혜택을 봐 형평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한 익명의 학우는 “결국은 인맥 싸움이 되는 것 같아 불공평하다”며 성적 평가에 다른 요소가 개입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이와 같은 족보 문화의 개선을 위해서는 교수들의 변화가 요구된다. 족보 이용 문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문제의 반복적인 출제가 꼽히기 때문이다. 황석현(정외 17) 학우는 “똑같은 문제가 시험에 반복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족보가 계속 이용된다고 생각한다”며 중복되는 문제 출제를 지양하는 것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외에도 교수들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례로 우리 학교 경제학과의 모 교수는 수업을 듣고자 하는 학우들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해당 수업을 수강한 익명의 학우는 “서약서를 쓰니 문제 유출 방지에 대한 교수님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어 족보에 대한 걱정을 덜었고, 시험문제도 한 학기 동안 배운 것을 충분히 활용해야 풀 수 있게 나와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한편, 교수의 노력과 더불어 학우들의 인식 변화와 실천도 필요하다. 김도일(유동) 교수는 “족보를 외워 답안을 작성하는 것은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족보를 통해서가 아닌 자신만의 논리를 전개할 수 있어야 함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