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사람들은 보다 더 행복하고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어릴 적부터 경쟁한다. 이러한 경쟁을 통해 얻게 될 물질적 풍요가 자신의 삶을 만족스럽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경쟁의 쳇바퀴 속에서 살아간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의심도 의문도 없이 경쟁하는 것을 보면 이미 ‘물질적인 풍요가 훗날 나에게 정신적 풍요로움 까지도 가져다 줄 것이다’라는 전제가 뿌리 깊게 박혀있는 듯하다. 다시 말해, ‘물질적으로 가난하다면 정신적으로도 가난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맹목적으로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데 앞서 ‘물질적 가난이 정말 정신적 가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유독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편이다.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보다는 남을 의식하며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자신을 맞추고자 노력한다. 타인의 평가에 자신을 맞추고 더 높은 기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 한국 사람들의 과소비는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교육과 취업 경쟁으로도 모자라서 우리나라는 ‘과시를 위한 과소비’를 통해 의미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소비는 물질적으로 가난하다고 말할 수 없는, 오히려 물질적으로 넉넉한 사람들마저도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게 만든다. 결국에는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빈곤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은 물질적 가난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물질적으로 가난하다고 느끼게 만들고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구조가 사람들의 정신을 빈곤하게 만든다.

빈곤의 개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절대적 빈곤’, 그리고 둘째는 ‘상대적 빈곤’이다. 절대적 빈곤은 말 그대로 최저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생계비를 충족하지 못하는 빈곤을 말한다. 그리고 상대적 빈곤은 단순히 생계비 개념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생활의 질에 있어서 타인에 비해 못하다는 편차 혹은 박탈된 상황을 말한다. 두 가지의 빈곤의 개념을 보았을 때 우리나라에는 오직 ‘상대적 빈곤’만의 개념이 남아있는 듯하다. 상대적 빈곤은 절대적 빈곤과는 다르게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으로부터 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빈곤의 개념에 입각해서 보았을 때에도 정신적 빈곤함은 물질적 가난이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자신이 물질적으로 가난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물질적 가난은 당신의 불행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며 생각을 바꾸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 “굶주리고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부탄의 국민들은 97%가 행복하다고 느낀다”라며 설득하기에도 부탄과 우리나라는 사람들의 인식, 경제적·사회적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소용이 없을 수 있다. 적어도 “자신의 가난함이 남들과 비교를 통해 스스로 결론지은 가난함이 아닌 것인가”라는 의문을 스스로 가져보아야 한다. 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의 늪’에 빠져 정신적으로 빈곤해져가는 우리들의 삶의 비관적 성향만을 비판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가 이러한 박탈감을 강요하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원인에 대한 사회 구조적 분석과 개개인의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물질적으로 가난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부유한 나라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최홍석(화공 14)
최홍석(화공 14)